봄이 오다가 덜컥 뒷덜미를 잡혔나부다..
아침에 포근하더니
어느새 어둠속에 숨어있는 바람이 장난 아니다.
여덟시 사십 팔분..
고요.....
어머니 방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티비소리...
그리고 톡톡 거리며 내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다니는
자판 두드리는 소리....
그닥 깊지도 않은 밤이 무자게 깊은 밤처럼 느껴진다...
난...
이제부터 다시 이 지독한 고요와 싸워야 한다.
우리집 남자는 여전히 바쁠것이고,
작은넘은 작년보다 조금 더 늦게 귀가 할것이고..
큰넘은 말할것도 없으니..
난..
이렇게 멍하니 앉아 고요와 데이트 해야 할일들이
차차 많아질것만 같다.
익숙해지겠지. 금방..
귓가에 아들넘 히히덕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것 같고,
거실 티비 소리가 윙윙 거리는거 같다. 아직은..
조용함에 익숙해지고,
혼자 있는 저녁시간이 길어지면..
내 잃어버린 글 감(感)도 찾을 수 있을까?
이러다 진짜루 글쓰는 재미를 잃어버릴까 두려워.
글쓰는 시간은 자꾸 늦어지고....
멍하니 컴앞에 앉아 있는 시간만 길어지고...
재미보다는 말야.
요즘은...써야한다는 의무감에 쓰는거 같아서
걱정이야.
즐기는 사람 따라 잡을 방법 없다잖아.
그동안은 즐겼던거 같은데..
언제까지 즐길수 있을지.......
가끔 겁나.
내 일기장을 채우는 일에 재미를 잃어버릴까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