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볼 수 있을까?
잔뜩 흐린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후두두둑 떨어질 것만 같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는지 창문을 꽁꽁 닫아 놓은 탓인지
어제 그 잔잔하게 들리던 새소리도
오늘은 들리지 않고...
게으른 나 처럼
세상은 흐림의 끝자락을 한밤의 끝자락인냥
깨어나고 싶지 않은
아침 잠 처럼 붙들고 있다.
흐림 그리고...대보름 행사.
한발짝 물러서서 집안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나와는 달리
우리집 남자는 아침부터 바쁘다...
일회용 봉투에 셀프용 상추를 포장하고 있는데
'주무셨어요?' 우리집 남자의 뜬금없는 질문에
머언 목소리로 여자 목소리가 세어 나온다.
'지금이 몇시간디 지금까지 주무세요~'
'.............'
'아.. 도시는 지금이 새벽이구나...
내려 오실래요? 여기서 오늘 대보름 행사 하는디
어쩌고 저쩌고.....한산엄마는 지금 상추 포장하고 있어요.
어쩌고 저쩌구.. 오곡밥은............ '
'..............'
'잠깐만요. '하면서 전화를 내민다.
'누군디~'
'받어봐. 니 애인~'
수원 언니다.
'뭔 새벽같이 전화 해서 언니 잠만 깨웠데여.'
'긍게 새벽인줄 알았는디 8시 넘었네.'
'날 흐리지?'
'어. 흐린갑다. 깜깜해.'
'언니 더 자. '
'ㅎㅎㅎ 그려. 오늘 욕보것다.'
'내가 무슨...'
'왔다 갔다 함서 살아야 하는디. 내일도 쉬는디
오늘 같은날 내려오면 얼마나 좋아.'
'긍게 말여. 그러면서 살고 싶어.'
'어머니가 어떻게 받아 드릴지..'
'뭐....받아 들이시지 않겄어.'
언니고, 엄마고.....동생들이고...
일년에 한두번은
불러들여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그럼서
살고 싶다고
오늘밤 달님에게 부탁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