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짙은 어둠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새벽 다섯시쯤이면
'띠릭 띠릭' 어김없이 남편 폰이 메세지가 도착했다고 주인을 깨운다.
남편은 먼저 일어나 컴앞에 앉아 경매가를 라이브로 확인하고 있는 날이 많지만
오늘처럼 아직 깊은잠에 빠져 있다가도 주인을 깨우는 휴대폰 소리를 놓치는 일은 없다.
전날 과음을 하지 않은 이상..
'얼마 나왔어?'
깊은 잠속을 헤매면서도 어김없이 나는 남편에게 그날 시세를 확인하고 조금 더
깊은 잠속에 빠져든다.
띠릭 띠릭...그것이 정상인데
어쩌다 한번씩 폰벨이 방정맞게 울어대는 날 있다.
상종가를 치고 있는 시기에는 절대로 없는 일..
경매가가 심하게 떨어졌다 싶었을때 경매사에게서 그래도 팔겠느냐는
확인 전화인 것이다.
오늘새벽 그 깊은 잠속에 빠져있는 주인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이
폰벨이 방정맞게 울어대고..
어김없이.. 경매사 전화다.
'대체적으로 그런가요?'
'네........그렇겐 한데요. 첫 경매가 됬는데 쬐끔 더 싸게 나왔네요..'
'그럼 그냥 놔두세요.'
'안 파세겠다구요.'
'네'
그렇다. 똑같이 미끄럼을 타버린 시세라면 뭐 어쩌겠는가마는..
그것도 아니고..
가끔씩 후려치는 경향 있다.
첨엔 뭣 모르고 불매시키면 큰일나는 줄 알고 나오면 나오는데로
다아 오케이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
한번씩 넘 지나치게 후려친다 싶음 폐기처분을 감수하고라도 불매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사람 물건은 아무리 싸게 경매를 떠도 다아 오케이야~ 하는 뭐 그런...
암튼 그렇다.
그렇게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 물건들을 다시 수거하러 어둠을 뚫고 남편은 차를 몰고...
나는 여전히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뜨듯한 이불속에서 아주 편안한 얼굴로
물러가는 어둠을 부여잡고 있다.
어머니랑 아이들 먼저 아침 드리고..
방에 앉아 있는데
우리집 남자 콧노래 소리가 들러온다.
저사람이 뭐 좋아 콧노랜가...싶은 생각과 함께 피식 웃음이 났다.
'자갸~ 즐거운 인생! 그치~'
'어'
'물건을 불매시켰어도 우리는 즐거운 인생~ 이잖어.'
'그러엄..이럴때도 있고 저럴때도 있는거지이. 즐거운 인생~ 오케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