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두렁이 밥을 챙겨주면서..

그냥. . 2011. 1. 6. 21:13

두렁이 밥을 들고 현관앞에 서면 어찌 아는지

우리집 두렁인 벌써부터 줄 끌는 소리를 내며

어서 오라고 나를 재촉한다.

현관문 열고 나서면서 두렁이쪽을 바라보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만 바라보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댄다.

두렁아~ 밥 줄께. 꼬리 그만 흔들어. 그러다 꼬리 빠지겠다아~ 해도

신이나서 꼬리를 흔들어대며 폴짝 폴짝 반긴다.

나를?

아니...밥을...ㅎ

어쨋건 나는 두렁이의 저녁밥을 챙겨주면서

'많이 먹어~ 남기지 말고, 남기면 얼어서 못먹잖어.'

또는'퍼지기 전에 많이 먹어. 퍼지면 두렁이 너도 맛 없지~'

어쩌다 두렁이가 입맛이 없어 보이면

'두렁아~ 많이 먹어야지. 날도 추운데 왜 그렇게 안먹어~' 하며 잔소리를 한다.

알아 들을까?

글쎄...

알아 듣건 못 알아듣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나는 두렁이가 잘 먹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두렁이 밥 주고 올려다 본 밤하늘엔...

오늘은 달이 없네...

오늘이 음력으로 어떻게 되나...따져보지면 알수가 없고,

대신 총총 반짝이는 별빛이 더 곱게 느껴진다.

달 없는 밤하늘에 별은 뭔가 쫌 쓸쓸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밤엔 별이라도 있어 참 좋다.

별도 달도 없는 어둠이면....

더 많이 쓸쓸할텐데 말이다.

얼른 들어가야지..두렁이가 밥그릇을 곁눈질하며 침 흘리면서도

나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서 있다.

어서 들어가세요. 저 밥먹게요...하듯이..

ㅎ..

이뿐 두렁이~

밥 주면 그냥 먹어도 좋으련만 꼭 내가 현관문 안으로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먹는다.

누굴 닮았는지 무진장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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