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30분전까지만 해도 햇빛이 반짝였었는데...
눈오면 안되는데........ㅎ
동생이 서울에 올라가는 길에 동네앞에까지 나를 데려다 주고
출발한지가 30분쯤 지난것 같은데 그사이 날이 흐려진것이다.
여기서 서울까지...
아니 동생네 집까지 적어도 세시간은 충분히 걸릴텐데
하늘 모양새가 갑자기 흐림빛으로 바뀌니 걱정이 된다.
서울엔 아까부터 눈발이 날리고 있다는데..
동생이 집에 도착할때까지만 참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늘 내려오겠다던 엄마가
어제 내려오신다 해서 급하게 정읍 엄마한테 다녀왔다.
그동안 비워놓은 방안엔 주인행세를 하는 추위가 웅크리고 있을테고
마당엔 사람 발자국 대신 하아얀 눈이 제세상인양 의기양양하게 누워 있을꺼라
걱정을 했는데
엄마가 윗집 아주머니께 부탁드려 서울서 출발하면서 부터 집안에 온기를 불어넣어
웅크리고 있던 추위도 몰아내고..얼어붙은 지하수도 녹여 놓으시고..
고맙게도 마당에 오솔길을 내어 주셨다고 하신다.
다행히 엄마는 좋아 보이신다.
통증으로 어둡기만하던 표정은 아이처럼 밝아졌고 걷는것이 조금 불편해 보이기는 해도
아파서라기 보다는 조심해서 아직은 목발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사의 지시에
따르느라 어쩔수 없는 불편함이라고 하신다.
엄마 집 대문이 열리고 인기척이 느껴지니 앞집 옆집 뒷집 아주머니들이
깜짝 반가워라 들어오시며 안부를 물으신다.
엄마는 신이나서 그동안 병원생활이며 아들집 생활을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시고
진심으로 걱정하시는 마음으로 엄마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물어주시는 어른들이 계신
고향집에 왜 그렇게 오고 싶어 하셨는지 알것 같다.
하루종일 엄마집 대문엔 막혔던 물코 뜨이듯 어르신들이 오고 가시고..
마을 이장님께서는
엄마더러 혼자 계시기 불편할테니 마을회관에서 먹고 자고 하라 하신다.
어차피 마을사람들 밥해먹고, 놀고 보일러 따뜻하게 돌아가니
딱 좋지 않느냐고..
말씀은 고맙지만 어찌 그럴수 있느냐고 엄마는 말씀만으로도 고맙다 고맙다 하시고..
말씀만으로도 어찌나 고맙던지...
아직 사람사는 온기가 물씬 느껴지는 마을이다.
오늘... 엄마 보러 오기로 했던 우리집 남자..
날 맞춰 골골거리던 보일러가 결국 고장난 관계로다가 그거 서비스 받느라고
결국은 엄마 얼굴도 못보고
아이들은 추윗속에 전기 매트에 매달려 하룻저녁을 보냈다는....
엄마 보고와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며칠 옆에 있으면서 말동무도 하고, 손님들 오시면 대접도 하고..
그러면 좋겠지만....
안되는 상황도 만들어서 하면 좋으련만
엄마도 부담스러라 하고 나도 좀 그렇고.. 괜찮아 보여서 그냥 왔다.
동생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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