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내든 시간은 가고..
내가 관심이 있든 없든
태양은 제 갈길을 바삐 간다.
아이들 학교 데려다 주고..
연두빛으로 한뼘정도 자란 참나물밭 환기 시키고~
엇그제 씨 뿌려 놓은곳에도 올라가서 환기 시키고~
집에 돌아오니 아침 여덟시가 넘었다.
아침 밥맛 없어서 챙겨만 주고 개수대에 몰아 넣어놓고
말았는데.....
조금만 앉았다가 설거지도 하고 해야지...했는데
묵직하니 졸음이 나를 짙누른다..
잠이나 좀 자고 일어나자...누구 올것도 아니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내방? 아니 큰넘 방이 더 좋아
내방엔 이미 오래전에 햇살들이 놀러와 수다떨고 있을게 분명하잖아..하며
큰아이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썼다.
포근하다..
가운뎃 방이라 햇살이 찾아 들리도 없고,
뒷골목 사람들 왔다갔다 하는 소리 들릴 리도 없고........
깊고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늪으로 빨려 들어가듯..
몇번의 전화벨이 거실에서 울려댄거 같다..
일어나야지....싶었지만..
정신처럼 몸이 움직여주질 않고...
또다시 벨을 울리고....
나몰라...어차피 일하러 나갔으면 못받을 전화잖어. 급하면 폰으로 하겠지..
얼만큼 잤을까..또다시 울리는 벨...
귀찮아 죽겠다 싶으면서도 급한가..싶어 일어나 받으려니 끊어진다.
남편 폰번호가 찍혀있다.
전화를 걸었다.
'왜? 전화 했구만..'
'자냐?'
'................어'
'자라....그냥 한번 해봤어.'
잠에 홀려서는 또다시 잠속으로 빨려 들었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일어나야지...........
일어나야 해........
가위에 눌린듯 정신과 몸은 따로 놀고...
두드리다....... 전화벨이 울린다......한번..두번..세번..네번..........
겨우 일어나 움직이는데..대문앞에서 차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궁금해야 하는게 당연한데..
찍힌 번호로 전화 해 봐야 하는게 맞는데...비몽사몽..
시계는 어느새 열한시가 너머가고 있다...
밥 먹고 그만 정신 차려야지..싶은데..
국이 먹고 싶은데...아침에 먹던건 조기찌개..
라면 끓여 먹고...
커피물 올려놓고 컴앞에 잠깐....
물 끓이는 사이 또다시 나를 지배하려 달려든 잠..
또다시 이불속으로......
행복한?
달콤한?
잘생긴 젊은 남자 탈랜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는 내 차를 멋지게 고개돌려 뒷 상황 봐 가면서
한손으로 핸들 잡고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가며 후진 하면서
궁지에 몰린 내 차를 빼주는 꿈..
나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던 그 젊은~
흐흐흐....이런꿈은 날마다 꿔도 좋으련만...
그 꿈의 행복감을 흔들어 깨우는 전화 벨..
우리집 남자를 찾는다. 저녁에나 올꺼라고 대답해놓고
다시 이불속으로....
물먹은 솜처럼..
잠먹은 몸뚱이는 잠속으로 빠져들고.....
네시쯤 온다고 했어..적어도세시에는 일어나야지..
설거지도 끝내야 하고...
청소기도 대충은 돌려놔야지.......쇄뇌를 한 덕인지
눈 뜬 시간 두시 오십분..
오분만..오분만..그러다가 정말로 세시에 일어났다.
커피한잔 끓여 마시고....
세수부터 하고,...
방방마다 어질러진거 정리하고...
앞치마 두르고 아침먹은거 부터 점심 라면끓여 먹은것까지 설거지를 하고..
마악 나오려는데 우리집 남자가 들어온다.
'왔어? 괜찮아?'
'어. 쫌 무릎이 그렇긴 한데 괜찮아.'
'나........이제 일어났어.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더 자지 왜?'
'당신 오기전에 청소는 해놓으려고 했는데 좀 일찍 왔네.'
'어...더 자도 괜찮아. 이제 좀 괜찮냐?'
'괜찮겠지. 종일 잤는데...'
종알종알 중얼중얼..
어제 오늘 있었던 서로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커피 한잔.....
우리집 남자 간만에 피곤했는지 잔잔한 코골음이 들여온다.
나는 이제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데..
이렇게 완벽하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전화벨이 쫌 그렇긴 했지만
쉬어 주었으니 몸은 개운하겠지~
낼부터는 열심히 살아야지...
베란다에 쏟아지는 봄 햇살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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