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저녁....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컴앞에 앉은 내가 티비 앞에 앉았는 우리집 남자를 가만히 불렀다.
'자갸..................'
'왜에........'
'자갸.....................나 있잖아...'
'왜에에에...'
'......................'
'뭔데에..'
'라디오시대에 내 편지 방송 됬다.'
'어! 어디? 라디오시대? 정말?'
'어..............'
'뭔데...글 내용이 뭐야?;'
'그냥..뭐...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지..'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뭔데에..'
'별거 아니야아..'
집요하게 글 내용이 뭐냐고~ 다시 듣기 되느냐구 묻는 남편에게...
나중에..나중에 찾아서 들려줄께..하며 얼버무리다 안되어
아이들 이야기였다고 둘러댔다.
다른 프로도 아니고..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에
내 글이 방송 됬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며 좋아할수 없는 심정...
딱 그랬다.
잘할수 있을까?
혼자 글로만 잘난척 떠들어대는 우스운 상황으로 상황 종료되면 어쩌지..싶은..
만감이 교차하는 시점에서
자랑만 할수는 없는 일이였다.
한달..아니 두달쯤 후에...
방송국에서 시디로 구워 보내준거 내 손안에 들어올때쯤이면..
나는..
남편에게 어느정도는 떳떳하게..
또는....쑥쓰러운 미소 지으면서 들려줄수 있었으면..
싶다.
이렇게 다시..
내 블로그에 방송국 게시판에 올린 글 그대로 옮겨 놓는 건..
보는 눈 무서워서라도...
마음 흐트러 트리는 일...
그런 일 없었으면..하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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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혼한지 만 십칠년차 시집살이 십칠년차를 앞둔 며느리랍니다.
(십팔년째인데..년수 계산을 잘못했다.)
쉽지 않았어요. 결혼하면서부터 시부모님과 한집에서 살아내는 일은..
아니 쉬운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어요.
대꼬챙이 처럼 정확하시고 꼬장꼬장 하신 아버님도
맏며느리라고 들어온 제가 못마땅하시기만 하신 어머님도
평생 내편일것 같았던 남편도 시동생들도..
살아가는 일 하나하나 다 버거웠던게 사실입니다.
성격상 어머니께 대놓고 이야기도 못하고,
아버님은 어렵기만 했으니 두분이 보시기에도 저는
곰같은 답답한 며느리였을 겁니다.
그러다 아버님이 오랜 지병으로 돌아가신지 만 4년..
저는..
어머니가 주방에서 뭔가 딸그닥 거리고 하고 계시면..
뭔가 또 기분이 안좋아 잔소리 거리를 찾고 계시는구나..했고,
아프다고 끙끙 앓으실때도...아들 앞에서 어리광 부린다고 속으로 투덜 거렸습니다.
입맛이 없다..하시면 입맞에 맞으실 뭔가를 찾으면서도 속으로는 나 모르게 뭔가 가져다 드실꺼면서..라
고 또 혼자 생각 했습니다..
우리 며느리..우리며느리..하면서 남 앞에서 칭찬을 해주시면..
뒤돌아 흉이나 보지 마시지..했습니다.
어머니께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 버리고 다가오시는 그것마져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어머님 생각이나 마음이나 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데..라는 생각으로
모든것을 제 삐뚫어진 생각과 마음과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게 되어 버렸습니다.
저..
이제 약속합니다.
혼자되신...자식 며느리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다시는 아이같은 우리 어머니..
제가 그렇게 차갑게 대하고, 빈틈 하나 내어주지 않고 말씀도 잘 들어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늘 먼저 말씀 걸어주시고, 걱정해주시는 우리 어머니께..
좋은 며느리는 못되더라도 나쁜.. 제 스스로에게 부끄럽다 느껴지는 나쁜 며느리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약속합니다.
아프다 하시면...또 엄살이셔..하지 않고 어디가 얼마나 아프신지 살피고,
입맛이 없다..하시면 좋아하시는 거 한두가지쯤 식탁에 올리는..
주방에서 딸그닥 거리며 잔소리를 좀 늘어 놓으시면..
친정엄마가 그러시는것 처럼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릴것을 약속 합니다.
제 다짐이 혼자만의 다짐이 되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다짐은 단단하게
어머니께는 의지해도 되겠구나 싶은 편안하고 믿음이 되는 며느리가 되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어머니..
그동안 저 많이 못마땅하셨을텐데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그리고...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고생 많이 한 우리 남편..
미안해요. 그리고 믿고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믿고 기다려 준 만큼...저 노력해 볼께요.
제 다짐이 약해지거나 마음이 흐트러지면 당신이 일깨워 주실꺼지요.
어머니께서 의지하실 수 있는 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며느리가 되도록 노력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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