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약해지는 엄마, 강하지는 올케

그냥. . 2011. 5. 25. 22:00

지난주 일요일인가....

엄마랑 통화 하는데 남동생이 바쁜가..뭐가 서운한가..

전화 안 온지가 오래 됬다고 걱정이 늘어진다.

'쓸데 없는 걱정 하지 말고 엄마가 한번 해 봐~' 했더니

며느리도 아들도 뭐가 그리 바빠 전화 한통 없는지 모르겠다며

서운함과 걱정을 함께 늘어 놓는다.

궁금하면 먼저 걸면 되지... 울엄마도 아들가진 시엄마다. ㅎ..

예전엔 안그러시더니....

동생네 전화를 했더니

올케는 아이들 데리고 교회 가고 저는 집에 있다고..

같이 가지 그랬냐 했더니 교회까지 데려다만 주고 왔단다

저는 아직은 안다니고 싶다나 어쨋다나..

'바빴냐. 요즘?'

'아니..뭐 바쁘다기 보다는 담주쯤 중국 출장 갈거 같아. 그거 준비 하느라

정신이 좀 없었어.'

'다름이 아니고 엄마랑 통화 했는데 니가 바쁜가 요즘 통화 안한지 좀 되다 그래서.'

'그러게..사나흘 된것 같으네 전화 한번 해봐야겠어'

이런 저런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참 후..

엄마한테 다시 전화 했다.

엄마 목소리가 밝다.

'아들이랑 통화 되니까 좋아?'

'아니..연락 안오면 걱정이 되고 그려야..뭔 일 있나 싶고..'

'걱정 되면 엄마가 먼저 하면 되지. 왜 기다리고만 앉았어.'

'야야..바쁜데 아무때나 전화 할 수 있다냐. 며느리도 그렇고..'

'엄마는 안그러시더니 왜 그렇게 예민해졌어. 암것도 아닌걸로

걱정하고, 맘쓰고..왜그래?'

'내가 그냐?'

'어. 엄마 아들도 걱정하든데. 엄마가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고..'

'그냐. 나이 먹은게 그런갑다. '

'궁금하면 전화 하고, 맘에 안드는 일 있으면 끙 하고 있지말고 이야기 하고 그래.

엄마 혼자 속 끓여야 병만 생기니까. 엄마 맘이 편해야 자식들 맘이 편하지이'

'긍게..그려야지..내가 자식들 걱정이 되면 안되지..'

울엄마에게 자식은..

그중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하늘이나 다름 없다.

하늘을 멀리 서울에 두고 해바라기 하느라 울엄마 외로움이 깊다.

 

흐...

올케 이야기 쓰려 했는데..

쓰다보니 엄마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

 

어제 이뿐 울올케 문자가 왔다.

'형님 바쁘실것 같아 문자 보내요.

아침부터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운동 신나게 했네요.

태린이 종아리 사진 찍고 왔는데 뼈는 거의 다 붙었데요. 골진?도 잘 나오고

경과가 아주 좋다네요. 형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올케네 집은 아파트 21층? 20층인가 그렇다.

거기를 종아리 깁스 한 딸래미 업고 오르락 내리락 했다니...

그것도 대상포진 앓고 있으면서 말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

'아이는 천만 다행이야. 얼른 나아서 뛰어 다녔으면 좋겠네.

엘리베이터는 왜 고장나가지고서는...예약 날을 바꾸던지 시간을 좀

미루지 그랬어. 오후엔 암것도 하지말고 좀 쉬어...자기가 쓰러지겠어.'

답문이 없길래...

많이 아픈가..

혹시 퍼진거 아니야..걱정이엿지만 나름 나도 바빠서

맘만 쓰였는데 오늘 아침 올케한테서 다시 문자가 왔다.

'형님..죄송해요. 문자 보낸다 해놓고 바빠서 잊었어요.^^

수민이가 유치원에서 기자단에 뽑혀가지고 준비할게 많아요.

그래서 제가 좀 정신이 없네요.

여자로는 감당이 안될 일들이 엄마라는 두글자 앞에서는 다아

감당이 되는 거 있지요. 수민이가 연고도 잘 발라주구요

저 걱정 마세요. 잘 견디고 있어요.'

'문자 없어서 많이 안좋아 정신이 없나...했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렇지 여자하고 엄마하고는 많이 다르지~ 어쨋건

최대한 시간 나는데로 가능한한 많이 쉬어.

엄마도 사람이라 깡으로 버티는데도 한계가 있는거거든

밥 꼬박꼬박 챙겨 먹고~'답문을 보냈다.

대상포진..

그거 엄청 사람 잡는다던데..

울 올케 그걸 감당하면서 다리아픈 딸래미 병원도 다니고

유치원 다니는 아들 뒷바라지도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약하고 여리게만 봤는데

엄마라는 이름이 울 올케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

'지나간날들 >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휘이 휘이....  (0) 2011.05.26
창밖 빗속에는..  (0) 2011.05.26
구원의 손길~  (0) 2011.05.25
아이가..  (0) 2011.05.24
한두시간이면 되겠지..했다.  (0) 201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