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다.
새색시처럼 조심조심 얌전스럽게도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그 빗속에는
전깃줄에 앉아 비맞이를 하고 있는 까치 한마리가 내려다 보고 있고..
초록 잎사귀가 이뿐~ 감꽃망울을 다닥다닥 매달고 있는 감나무가 있고,
이름을 알수 없는..사계절 내내 잎을 달고 있는 단풍나무 비슷한 나무도 한그루 있고,
병꽃나무가 있다. 그 옆으로는 지난 봄 남편 친구가 가져다 준
개나리가 꽃은 지고 잎이 무성하게 자리 잡고 있고,
접시꽃이 내 무릎만큼 자라 손바닥 만한 잎사귀는 빗물 세수를 하고 있다.
그 옆에는 백앵두나무가 한그루 있다.
백앵두도 어렸을적에는 그 열매고 초록이다.
진딧물이 생겨서 며칠전 남편이 약을 쳤는데 아직 고부라진 잎사귀가 보인다.
괜찮겠지.
그 앞으로는 아주 아주 작은 휴양목이 몇그루 있고,
채송화가 엄지손가락 만하게 수도없이 올라오고 있다,
상사화도 몇그루 그 잎사귀만 겨울을 나고 봄을 지나더니 그 잎사귀가
누런 잎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꽃잔디가 앵두나무 밑에 한무더기 잎사귀마저 시들어 가고 있고,
그 옆 담장으로는 더덕이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철망을 따라
하늘을 향해 열심히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덩쿨장미가 담장 색깔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무성한 잎과
꽃망울로 가득하고, 그 밑으로는 엄마 집에서 이사온 머위나물이 우산처럼 커다란
잎사귀를 펼쳐 비를 대하고 있고
그 옆으로는...철쭉 몇그루와 영산홍 그리고...개나리 한그루..
텃밭에는 상추가 있고, 아욱이 있고, 도라지, 대파, 그리고 어머니가 뿌려 놓은
대파 모종이 자라고 있고, 땅속에는 열무씨앗이 오늘 내일 하며 하늘 볼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고
마당 구석 구석 봉숭아며, 이런저런 것들이 하늘 볼날을 기다리기도 하고
꽃 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며칠전 어머니의 호미질에 살아남은 손톱만한 잡초들도 꽤 있고,
노랑 민들레 한그루 할머니에게 존재해도 된다고 인정 받았다는 듯
당당하게 서 있다.
또 뭐가 있더라....
오이도, 호박도, 그리고 고추들도 몇그루씩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우리집 마당..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집 마당에도 꽤 많은 것들이 살아가고 있구나...싶다
외로워 할~ 이유가 없어.
이 많은것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무슨~~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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