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저녁 준비할 시간..
바람이 나를 불렀다..
나와 보라고..
이렇게 바람 좋은 날 그냥 지나쳐 가기엔
너무 아깝지 않느냐고...
어서 나오라고...
그래. 뭐. 저녁밥이 쫌 늦는다고
세상이 뒤바뀌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차를 몰았다.
동네 길을 벗어날 때 까지는 정상속도로...
익숙하지 않은 한적한 도로로 접어 들어서는...
거북이 걸음으로..
때 마침 라디오에서는 '내게도 사랑이..'라는
꽁트 비슷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였다.
내게도 사랑이....
내게도...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이 아니고...
오래전 추억속에 사랑을 더듬어 보는...
그 사랑이 현재 진행형인 경우도 있고, 과거형인 경우도 있었지만
현재진행형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슬며시...미소를 번지게 하는...
송광사 벚나무 터널은 언제 가도 좋다.
나뭇잎 터널이 끝없이 끝없이 내가 벗어나고 싶어할 만큼
이어져 있었으면 좋겠지만....
초록의 터널은 그리 오래 가지 않고 끝이 난다.
뒤돌아 집으로 가면..딱 3~40분 드리이브 코스...
그치만 오늘은 뭔가 아쉬워...
앞으로 앞으로 쭈욱 나갔다.
나 혼자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우리집 남자랑 한번 드라이브 했던 그 길을 달렸다.
양 옆으로 펼쳐진 가로수며, 냇가..
그리고 들꽃들...
구불구불 꼬부랑 할매가 생각나게 만드는 길을 달리며..
잠깐 내려 찬바람이라도 쏘이고 싶다는 생각...
그 간단한 욕망마져 무슨 걱정이 그리 많아
그냥 지나쳐 달려야 하는지..
가끔은 내 성격이 참 답답하고 싫다.
다행이..
반대편 차선에는 차들이 제법 있는데
해질렼이라 그런가
나만의 길을 달리는 듯한 여유, 뒷차 생각해서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다.
대야 저수지를 돌아 돌아...
물빛이 어쩜 저리도 이뿐지.....................
곁눈질로 살짝 살짝 훔쳐도 보고..
양 옆으로 펼쳐진 싱그러운 초록빛이
내 안으로
내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왔다.
와아..
이런 기분에 드라이브 하는게지....
오늘 저녁엔
굳이 밥으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신선한 바람과
싱그러운 초록으로 내 속을 든든히 채웠으니...
흐림이다.
내일쯤 비가 내릴까?
비가 내리는 어느날..
나는 또 비가 내를 부른다며....
오늘 돌아 보았단 나만의 드라이브 코스를
혼자서 슬그머니 돌아보고 올 것이다.
비..
그가 있음 더없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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