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여섯시 사십분 쯤..

그냥. . 2011. 8. 19. 21:54

여섯시 사십분 쯤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거실 전화벨이 울린다.

'어~ 엄마!'

'딸~ 엄마가 밭에서 휴대폰을 빠트리고 왔나벼, 전화 좀 해볼래?'

'알았어. 쪼금 있다가 전화 할께.'

얼마나 바삐 달려가실까...싶어 천천히 가라는 말을 빠트린 걸

걸려하며 엄마 폰번호를 눌렀다.

다섯번..여섯번..열번 스무번...

일곱시가 다 되어 가도록 엄마한테는 연락이 없고

엄마 폰은 자꾸 받을 수 없다는 소리만 들려온다.

내 폰이 열받아서 말썽을 부리길래..

집전화로 또 하염없이 하염없이 엄마 폰 번호를 눌렀다.

이러다가 엄마 폰 베터리 방전 되는 거 아니야? 싶었지만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고추밭을 휴대폰 찾아 헤매고 다니실

생각을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사실 휴대폰 잃어버려도 새로 하나 해도 되는데...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가 문제지 못 찾으면 그만 두지..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방법은 없고..

저녁 준비는 자꾸 늦어지고....

언니한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 하고 엄마폰에 전화 좀 하라고 햇다.

그렇게 밥상 차려내고 쉼없이 전화 번호를 눌렀지만 응답이 없다.

엄마 폰으로~ 엄마 집으로..

한손엔 엄마 폰으로

한손으로는 언니하고 통하하면서..

그러다가 어느순간..

엄마 폰에서 들려오는 메세지..'고객님의 전화기 전원이 꺼져 있어..'

흐미 어쩐데여. 비도 오고, 엄마는 계속 계속 찾고 돌아다니시는 모양인디...

내 마음도 타고,

언니 마음도 타고....

집으로 계속 전화를 해도 받지는 않고..

그렇게 여덟시가 넘었을 즈음 엄마가 집에서 전화를 받는다.

'어. 딸~ 엄마 고추밭에 약 하고 왔어. 휴대폰 찾으러 나갔는디

용기네 아빠가 고추 약 하자고 그래서 그 집이치 하고 우리집치 하느라고

십분 있다가 엄마 휴대폰으로 전화 해라.'

'하이고  엄마 어쩐데여 그것도 모르게 계속 전화 했잖어. 엄마 핸드폰 찾으려

가서 안 오는 줄 알고, 근디 엄마 엄마 폰 바테리 방전된거 같어.

글고 엄마. 그거 잊어버리면 다시 하나 사~ 요즘 휴대폰 비싸지도 않어.'

'전화번호는 그대로 할 수 있다냐?'

'어. 그대로 할 수 있어.'

'알었어. 딸. 엄마 지금 비옷 입고 있응게 이따가 통화 하자. 밭에 다시 나가봐야 혀.'

'이시간에 왜?'

'고추 널어 놓은거 손 좀 대고 와야지.'

'깜깜해서 보여?'

'어쩌. 그래도 가봐야 혀..'

바쁘게 전화를 끊고는 다시 밭에 가신다는 엄마...

휴대폰 잃어버려서 코 빠트리고 계시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거 같아 다행이긴 한데...

참..

엄마도...

왜 그러고 사시는지 모르겠다..

그넘의 고추농사로 언제까지 고생하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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