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시 사십분 쯤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거실 전화벨이 울린다.
'어~ 엄마!'
'딸~ 엄마가 밭에서 휴대폰을 빠트리고 왔나벼, 전화 좀 해볼래?'
'알았어. 쪼금 있다가 전화 할께.'
얼마나 바삐 달려가실까...싶어 천천히 가라는 말을 빠트린 걸
걸려하며 엄마 폰번호를 눌렀다.
다섯번..여섯번..열번 스무번...
일곱시가 다 되어 가도록 엄마한테는 연락이 없고
엄마 폰은 자꾸 받을 수 없다는 소리만 들려온다.
내 폰이 열받아서 말썽을 부리길래..
집전화로 또 하염없이 하염없이 엄마 폰 번호를 눌렀다.
이러다가 엄마 폰 베터리 방전 되는 거 아니야? 싶었지만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고추밭을 휴대폰 찾아 헤매고 다니실
생각을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사실 휴대폰 잃어버려도 새로 하나 해도 되는데...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가 문제지 못 찾으면 그만 두지..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방법은 없고..
저녁 준비는 자꾸 늦어지고....
언니한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 하고 엄마폰에 전화 좀 하라고 햇다.
그렇게 밥상 차려내고 쉼없이 전화 번호를 눌렀지만 응답이 없다.
엄마 폰으로~ 엄마 집으로..
한손엔 엄마 폰으로
한손으로는 언니하고 통하하면서..
그러다가 어느순간..
엄마 폰에서 들려오는 메세지..'고객님의 전화기 전원이 꺼져 있어..'
흐미 어쩐데여. 비도 오고, 엄마는 계속 계속 찾고 돌아다니시는 모양인디...
내 마음도 타고,
언니 마음도 타고....
집으로 계속 전화를 해도 받지는 않고..
그렇게 여덟시가 넘었을 즈음 엄마가 집에서 전화를 받는다.
'어. 딸~ 엄마 고추밭에 약 하고 왔어. 휴대폰 찾으러 나갔는디
용기네 아빠가 고추 약 하자고 그래서 그 집이치 하고 우리집치 하느라고
십분 있다가 엄마 휴대폰으로 전화 해라.'
'하이고 엄마 어쩐데여 그것도 모르게 계속 전화 했잖어. 엄마 핸드폰 찾으려
가서 안 오는 줄 알고, 근디 엄마 엄마 폰 바테리 방전된거 같어.
글고 엄마. 그거 잊어버리면 다시 하나 사~ 요즘 휴대폰 비싸지도 않어.'
'전화번호는 그대로 할 수 있다냐?'
'어. 그대로 할 수 있어.'
'알었어. 딸. 엄마 지금 비옷 입고 있응게 이따가 통화 하자. 밭에 다시 나가봐야 혀.'
'이시간에 왜?'
'고추 널어 놓은거 손 좀 대고 와야지.'
'깜깜해서 보여?'
'어쩌. 그래도 가봐야 혀..'
바쁘게 전화를 끊고는 다시 밭에 가신다는 엄마...
휴대폰 잃어버려서 코 빠트리고 계시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거 같아 다행이긴 한데...
참..
엄마도...
왜 그러고 사시는지 모르겠다..
그넘의 고추농사로 언제까지 고생하실려는지...
'지나간날들 >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갑다 햇살~ (0) | 2011.08.21 |
---|---|
여름이 가는게 아쉽다고~ (0) | 2011.08.20 |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0) | 2011.08.19 |
귀뚜리 소리가 들린다. (0) | 2011.08.18 |
엄마 목소리에 외로움이 묻어난다.. (0) | 2011.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