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가을비..

그냥. . 2011. 9. 9. 17:52

 

 

 

그렇게도 떠나기 싫어하더니..

비 몇방울에 아묻 소리 못하고

떠난다 내색도 못하고 숨어 버렸다.

처마 밑에 숨었나..

마루 아래 웅크린 채 몸 낮추고 있는지 여름은 오간데 없고

비를 앞새워 찾아든 싸아함이

가을 그가 분명 내 곁에 바짝 다가와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비 온다..

쌀쌀하다.

긴팔 찾아 입어야겄어.

춥다..싶다.

주방 일 하다가 살짝 젖은 엄지 발가락에 자꾸 신경이 간다..

맨살 들어난 팔보다,

쬐끔 젖은 발가락이 가을속에 풍덩 빠진듯

자꾸 신경 써 달라고 보챈다......

살랑 살랑...

앞집 옻나무에 어제는 없던 노랑과 주황 색 잎사귀가

꽃처럼 보인다.

한시절

나뭇잎 못지않은 푸름을 자랑하던 풀대들에도

가을이 느껴진다.

익을수록 고개 숙일 줄 아는 것은 벼 뿐이 아닌 것이다.

사람도 익을수록 깊어지고, 너그러워져야하는데...

 

이런 저런 명절 선물들을 오고 가고...

받은 것 중에 가장 맘에 드는.....작고 이뿐 화분 하나~

'너는~ 나보다 꽃이 더 좋냐~' 하던 우리집 남자의 귀여운 질투를

불러낸 아이다.

이뿌다.

꽃은 역시 사람 마음까지 화사하게 만드는 능력 있다.

 

비는 내리고.....

명절준비 잠시 멈추고,

가을 옷 꺼내 정리하는 일 부터 해야할것 같다.

 

비내리는 가을날

쓸쓸함에 맘 젖을까....

맘단속 단단히 하며 어둑해지는

창밖 가을 그 빗속에 뭐가 있는지 자꾸만 눈은 창밖을 향한다.

그저..

비가 내리고 있는 까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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