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두렁이 뿐

그냥. . 2011. 9. 28. 17:49

나 없는 동안에도 우리집은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갔다.

어머니가 계셔서 아이들 밥 걱정도, 아침에 일어날 걱정도 없었고

잔잔한 사고가  좀 있었지만 그런 것쯤이야 문제 없이 흘러갔다.

큰넘은 자전거 타고 스쿨버스 오는데까지 나갔던 첫날~

해드라이트랑 이런 저런 악세사리를 이뿌게 달아 놓은게 탐이 났나 어쨋나...

자전거 거치대에 묶어 두었던 앞 타이어가 찢어저 고생했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침마다 바람 조금씩 넣어 타고 다녔다는...

바퀴 휠이 휘었을꺼라고 남편이 웃으며 한마디 던지니 아마 그랬을지도 몰라요~ 하고....

작은넘이 얻어 타고 다니기로 한 이웃집 차하고 시간이 맞지 않아

첫날은 걸어나가서 버스 두번 갈아타고 가고

다음날 부터는 동네에서 나가는 버스 새벽같이 나가 타고 나가서 갈아 타고 학교에 갔단다.

집에 올때는 물론 택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밥도 잘 먹고 있었고,

사다놓은 과자며 간식거리들도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잘도 챙겨 먹고 있었다.

어머니는 나 없는 동안

동서들이 수시로 전화하고 저녁도 사 드렸다고 좋아라 하신다.

다~

별일 없이 잘 지냈는데

한넘 문제 생긴넘 하나 있다.

우리집 두렁

그넘이 문제다....

어머니가 물 말아서 밥을 주었던 모양이다.

손주넘들처럼 잘 챙겨 먹이지는 않으셨겠지..

요넘이 밥을 안 먹드라는..

큰넘이 보기에 저러다 굶어죽지...싶었단다.

그래서 참치캔 세개 꽁치캔 두개 사다가 날마다 먹였다나 어쨋다나....

캔 뜯다가 손가락에 작은 상처도 하나 생기고......

그렇게 큰넘한테 잘 얻어 먹어서 그런지 울집 두렁이

내가 주는 밥을 처다도 안본다.

요넘이~

굶어봐야 고맙습니다~하고 먹지...싶다.

참나..

아들넘들도 요즘은 안 먹인 참치캔을 세개나 먹고 꽁치캔을 두개나 드셨다니

다른게 입맛에 맛겠어!

아침에 준 밥이 고대로 있다.....

못본척 외면하고 있다..

두렁이 저넘이...속으로 나 집 비우길 학수고대하고 있는건 아닌지....

 

암튼...

나 없는 동안 호강한건 우리집 두렁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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