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비오는 날..

그냥. . 2011. 10. 24. 13:31

 

 

차디찬 가을비

스산스럽게 내리는 날..

우리 두렁이는 집도 절도 주인도 없는

버려진 강아지처럼

처마밑에 쪼그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다.

제몸 하나 피하기에도 비좁은 처마밑에

세상 시름 모두 자기거라는듯

저러고 있다.

왜 저럴까.

도대체가 이해할수가 없다.

성질도 버럭 난다.

왜 저러냐구. 도대체...

며칠전 집안에 들어가는 걸 거부하길래

간식으로 겨우 꼬드겨 집으로 들여보내는데 성공 했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할머니 감따는 거 구경하는데 감 하나가 지집 지붕위을 치고 굴러 덜어졌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는....

참나..

이유가 이유 같아야 뭘 어쩌고 저쩌고 하지..

집안 바닥에 보온 덮개도 깔고,

날마다 밥주는 김여사 냄새가 좀 베인것을 깔아주면

좀 도움이 될까 해서

이틀동안이나 깔고 잤던 이불도 넣어줬건만...

거부한다.

바보..

멍충이..

저건 예민이 아니라 멍청한거야.

엇저녁부터 밥도 다시 집안으로 주었더니 굶고 있는듯 하고,

간식도 집안에 넣어 놨더니 어쩌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포기해 버린듯 싶다.

나 먹기도 모자란 어묵도 몇개 넣어 줬는데 그것도

여전히 그대로 있다...

멍청한거야.

바보인거야.

도대체 난 니가 나까지 그렇게 못 믿는 줄 몰랐다.

내가 행여 너를 안좋게 하려고 그러겠니

그걸 못믿고

오는 비 맞으며 시위하는거니?
널..

어찌해야 좋을지..모르겠다.

수없이

창밖을 내다봐도

저모양 저대로......

가끔 '야~ 두렁아 뭐해!' 하고 부르면

애처로운 기운빠진 눈빛으로 바라만 본다.

참나..어쩌라고...

좀 굶어 볼래?

니 좋아하는것 앞에 두고 쫄쫄 굶어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비...

오늘따라 유나니 추적거리며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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