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여자의 일생...

그냥. . 2011. 12. 17. 23:34

(1년 전쯤... 일명 (전)라고컷으로 살아가던 아들넘..저거보다 쫌 더 멋져졌다.

ㅎ..

머리카락도 팔랑 거릴정도로 기른데다가 매직으로 쫙쫙 펴서~

완전 먹고 대학생? 처럼 멋지다는~

물론 콩깍지 지대로 쓰인 내 눈으로 멋진~이니 믿거나 말거나지만...)

 

 

ㅎ..

제목이 너무 거창한가...

이렇게 제목부터 올려놓고 글을 쓰는일은 거의 없는데...

아마도 나의 앞으로의 운명적 기다림이

눈에 보이는듯 펼쳐질 것 같다는 직감..

직감도 필요없는 안봐도 비디오~

 

이른 점심을 먹고 큰넘이 튕겨져 나갔다.

버스가 윗동네 윗동네를 지나오고 있다나 어쩐다나~

참내...요즘은 폰이 버스 위치 정보까지 가르쳐 준다네~

운동하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여섯시 영화 보기로 했다나 어쨋다나.

그러라고~

오늘 엄청 춥다고 따듯하게 입고 나가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잔소리를 했건만

막둥이 처럼 대답만 잘하던 아들넘이 뭘 입고 나갔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언뜻..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나간듯....싶었을 뿐~

이제나 저제나...김치 볶음밥 먹고 싶다는 아들넘 위해 준비해 놓고

전화 기다리는데 대답이 없길래..

아홉시가 다 되어가길래........

'언제 오냐?' 문자를 넣었다.

'영화 이제 끝남 지금 갈꺼야~'

그러고 한~~~~참...

버스 탔을 시간 됬는데..한참이나 넘었는데

전화가  없길래...

더 기다릴까?

추울텐데...

문자 넣어 볼까?....

망설이다가

'아직 버스 안탔어?' 하고 물었더니

'센트럴파크 친구 데려다 주러 걸어가고 있는 중....'

'누굴 데려다 줘~ .....' 하고 문자를 찍고 있는데...

'엄마, 친구 센트럴파크 데려다 주고 있어. 손이 얼어서 문자 찍기

힘들어' 하는 아들넘 목소리 너머로 왁자지껄 친구넘들 목소리가

즐겁게 들려온다..

'안춥냐? '

'뭐 그냥...'

'그럼 거기서 호성동으로는 어떻게 오려고?'

'친구넘들 있어.'

'알았다. 버스 타면 전화 해. 정류장으로 나갈께'

'예~'

그리고...한참.......

내가 알고 있는 막차 시간도 너머가고 있는 시간..

다시 문자를 넣었다...

'어디여~'

'센트럴파크에서 호성동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여.'

'막차 있냐?'

'그럼 있지. 지금 없으면 멀리서 학교 다니는 애들은 어쩌라고~'

'밥은 먹었냐?'

'아니..배고파~'

'이눔아....밥은 먹고 다녀야지. 날도 추운데 뭔 고생이여'

그리고도 한~~~참..

열한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버스 탔다는 전화가 왔다.

나가보니...

올겨울 들어 젤로 춥다는 날~

얇디 얇은 바람막이 점퍼차림~

'미쳐 환장해. 이눔아 멋내다 얼어 죽어.  '했더니

'엄마, 바람만 안 불면 안춥당게.'

'안춥기는 뭐가. 추위도 많이 타는 넘이..

감기 걸리면 너 고생이여 이눔아~'

잔소리 폭탄........

'엄마 배고파.'

'그러게 뭐라도 간단하게 먹었어야지. 밥도 안 먹고 이시간까지...'

'간단하게는 먹었는디 하도 많이 걸어서 그런지 배고프네'

'그려. 배 고플만도 하겄다. 재미 있디? 이렇게 추운날 걸어 다니니까.'

'어. 재밌든데. '

'그려..너희들만할때나 걸어다니지.....한참 친구들만 옆에 있어도

재밌을때다.

이눔아 많이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라도 주지~

너 기다리다가 엄마 열시에 저녁 먹었다아..'

'긍게 엄마, 여섯시 영화라고 알았는데.....어쩌고 저쩌고...'

아무렇지도 않게 12월의 깊은밤을 두시간여를 걸어 다녔다는 아들넘

기다리느라 내 진만 다 빠졌다.......

 

하이고....

저넘들 어렸을적에는..

날마다 우리집 남자 기다리느라 모가지가 황새 모가지가 되어

살았었는데

나이 먹어 기운빠져 그남자 기다리는 일 좀 줄어드는갑다

이제 마악 마음 놓기 시작 했는디..

가만보니 이젠 아들넘  저넘...기다리는 일로

내 모가지가 기린 모가지가 되어 버리는 거 아닌가.....싶다.

 

기다림이 무엇이건데

사람 애간장을 이렇게 녹이는지 모르겠다.

몰라 나도 몰라.

저 알아서 살라 그래~

저렇게 큰넘을~

나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겁도 없는넘을

내가 왜 걱정해.

아침에 눈떠서 얼굴 볼 수 있으면 되지~ 싶은 마음으로

아들넘한테 뻣은 촉수 하나 싹뚝~ 잘라 버려야겠다...

 

야간자습하거나 학원 다니느라고 자정 너머 들어오는 일은 뭐

그런갑다..했는데

요넘이 친구들하고 어울리느라고 첨으로 열한시 너머 들어오니...

참말로.......

이 기분 참 묘호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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