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저녁..
열시쯤 시작하는 드라마가 끝나갈즈음...
어둠뿐인 창밖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첨엔...무관심..
그담엔..
누가 대문 밖에서 차 라이트 가지고 장난치나..
그 다음에는 시내 어디쯤에서 불꽃놀이라도 하나...했는데
혼자 번뜩이더니..
머지않아 곧.. 자신의 존재를 더이상 감추고 싶지 않다는 듯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 요란하시고~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까지...
한밤중에 뭔일인가 싶드라구.
뒤척이다가...
얼굴을 베개에 묻고 겨우 잠이 들었나벼..
얼마쯤 잤을까.. 전화벨 소리에 깼다.
'어이~ 당신 사랑하는 아들~'
남편이 전화를 바꿔줬는데
여수 엑스포 구경 간 작은넘 아 글쎄 이넘이...
칫솔도, 안 챙기고,
속옷도 안 넣었다고 투두둘 툴툴...
속옷은..
기숙사에서 집에 올때 들고 오라고 했건만
달랑 하나 가져와서는 전날 씻고 갈아 입고는..
야그도 안하고~내가 어찌 알어
가방 챙겨줄때 들어 있길래 그런가부다..했구만~
칫솔은....
긍게 말여..
정신을 엇다 팔아 먹었는지...
세면도구 챙기면서 새 칫솔 하나 넣어야지... 해놓고는
한심하다 싶으면서도..
투덜 거리는 아들넘에게 버럭~
'그래서 이시간에 자는 엄마 깨워 짜증이냐!
니가 챙겨야는 거 아녀?"
그때사 미안했던지 알았다고, 주무시라며 전화를 끊는다.
뭐여...
도대체 뭐한거여.
이 안 닦으면 하루가 안 바뀌는 아들넘인데...
제대로 챙기지 못한 미안한 맘에..
맘은 불편하고,
잠도 안오고...
여전히 천둥도 번개도 제세상이고...
ㅎ..누가 알면 천둥번개 무서워 잠못드는 줄 알겠드라구.
겨우...잠 들었는디..
남편 폰벨이 방정을 떨며 울어대고,
뭔 급한 사정인지..
통화하고,
폰번호 갈켜주고,
또 전화 통화하고...
또 통화하고....
'뭔일이래여~' 하고 물으니..
밤새 내린 소나기가 문제를 일으켰다며...
어쩌고 저쩌고..
그려...비가 무섭게 내리긴 했어.
근데 지금 몇시여?
물으니 네시 다 안됬다고...ㅠ.ㅠ
그때부터 모기와의 한판 승부.
잠들락 하면 물어쌋고,
잡을라 하면 도망치고..
잠들락 하면 또 물어 뜯고...
이넘의 모기를...
겨우 초토화 시키고 다시 누었는디..
분위기 파악 못하고 울어대는 남편의 폰 벨..
동부우회도로 시공 공청회가 오늘 오전에 있다고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궁금하신 분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짧은게 여름밤이라지만
파란만장한 여름밤을 꼴~ 딱 세다시피 지나갔다.
대명리조트 갔던 큰넘 마중을 시외버스 터미날로 가서~
아들넘 친구들 세넘 각자 집 앞까지 배달? 시키고..ㅎㅎ
아들넘들이 참 살갑다.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소나기가 죽자고 쏟아졌다.
작은넘... 여수 엑스포 갔다가 순천만 갔다가
돌아오는 길 학교까지 마중나가 모시고 왔다.
소낙비가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어제...가는 길에 내 폰 들고 갔는디...
아들 폰은 스마트폰이 아니여서 그랬는디..
전화 많이 오면 어쩌나..했는디..
이틀동안 전화는 한통도 없었고....
문자 두통, 카톡몇개...그게 전부..
쫌 허전하고, 맘이 좀 그렇데.
그러게 평소가 잘 살아야는디..
이런데서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 보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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