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랑 엇저녁에 통화 할때...
'내일 아침에는 고추 약해야는디 비 온다냐?' 하고 물으셨다.
'몰라. 제대로 듣진 못했는데 여긴 안온다던데'
'비 안와야는디 큰일 났어야. 내일 고추밭에 약을 꼭 혀야 쓰것는디...'
'약하고 몇시간만 안오면 되잖어.'
'한나절만 안오면 되지. 비 온다는지 잘 들어봐라
비 온다고 허면 엄마한테 꼭 얘기 해 주고.'
'알았어 엄마.'
그리고는 별 걱정 없이 잠이 들었는데....
중부지방으로.... 비 소식 있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침에 눈 떠 보니 초작초작 비가 내리고 있는거다.
요넘의 비가..
엄마네 동네에도 내리고 있을까??
엄마네는 우리집 보다 한참 더 아래인데..
다행이 눈 뜨면서 부터 내리고 있었으면 그래도 천만다행인디..
죽어라 약치기 시작했는데 비 내려 버렸음 어쩐데여....싶은 거다.
종일......
딴짓하느라 엄마한테 전화도 못해보고
밤이 깊어 버렸다.
'엄마! 약은 지대로 했어?
비 안왔어?' 하고 물어 봤어야는디....
울엄마의 하늘
그 안부가 무척이나 궁금한 날이였는디....
바지런하고, 성실하고, 정성드리고, 최선을 다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말짱 꽝일수밖에 없는 ....
엄마의 고추밭...
울엄마는 늘 최선을 다해서 사시는데
하늘은 그걸 몰라주는 거 같다.
그래서 가끔은 하늘을 도끼눈을 뜨고 올려다 본다.
하늘은 그거 알라나 몰라...
어느새 가을장마란다.
가을...
흐...흐..
차안 에어컨 바람이 오싹해진 거 말고는.....
어디서도 가을을 느끼기엔 좀 이르지 않나...
이 밤...
귀뚜리 소리도 잠잠한 걸 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좋아하는 비가..
가끔은 엄마를 한숨짓게도 한다.
세상에 다아 좋은 것은 별루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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