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2

엇저녁 울엄마랑 통화 할때...

그냥. . 2012. 8. 20. 23:15

 

울엄마랑 엇저녁에 통화 할때...

'내일 아침에는 고추 약해야는디 비 온다냐?' 하고 물으셨다.

'몰라. 제대로 듣진 못했는데 여긴 안온다던데'

'비 안와야는디 큰일 났어야. 내일 고추밭에 약을 꼭 혀야 쓰것는디...'

'약하고 몇시간만 안오면 되잖어.'

'한나절만 안오면 되지. 비 온다는지 잘 들어봐라

비 온다고 허면 엄마한테 꼭 얘기 해 주고.'

'알았어 엄마.'

그리고는 별 걱정 없이 잠이 들었는데....

중부지방으로.... 비 소식 있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침에 눈 떠 보니 초작초작 비가 내리고 있는거다.

요넘의 비가..

엄마네 동네에도 내리고 있을까??

엄마네는 우리집 보다 한참 더 아래인데..

다행이 눈 뜨면서 부터 내리고 있었으면 그래도 천만다행인디..

죽어라 약치기 시작했는데 비 내려 버렸음 어쩐데여....싶은 거다.

종일......

딴짓하느라 엄마한테 전화도 못해보고 

밤이 깊어 버렸다.

'엄마! 약은 지대로 했어? 

비 안왔어?' 하고 물어 봤어야는디....

울엄마의 하늘

그 안부가 무척이나 궁금한 날이였는디....

바지런하고, 성실하고, 정성드리고, 최선을 다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말짱 꽝일수밖에 없는 ....

엄마의 고추밭...

울엄마는 늘 최선을 다해서 사시는데

하늘은 그걸 몰라주는 거 같다.

그래서 가끔은 하늘을 도끼눈을 뜨고 올려다 본다.

하늘은 그거 알라나 몰라...

 

어느새 가을장마란다.

가을...

흐...흐..

차안 에어컨 바람이 오싹해진 거 말고는.....

어디서도 가을을 느끼기엔 좀 이르지 않나...

이 밤...

귀뚜리 소리도 잠잠한 걸 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좋아하는 비가..

가끔은 엄마를 한숨짓게도 한다.

세상에 다아 좋은 것은 별루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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