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2

감정은 다 똑같은 거 같아.

그냥. . 2012. 8. 25. 21:14

 

 

거실에서 텔레비전으로 영화 보던 작은넘이

'엄마 제들 싸워'

강아지들 으르릉 거리며 투닥 거리는 소리에 걱정스러운 듯 부른다.

'괜찮아. 저러다 금방 또 언제 그랬냐 친하게 지내.

소리만 그렇지 한번도 물어 뜯거나 상처낸 적 없어'

그렇다.

홍시와 감자..

아마도 남매일 가능성이 99%

생긴건 비슷한듯 아닌듯 ....

날마다 보는 우리는 아닌 것 같은데

작은넘은 둘이 똑같이 생겼다 그런다.

어쨋건.....

둘은 가끔은 서로 죽고 못산다.

비 몇방울에라도 젖을라치면 서로 핥아주고 닦아주고,

물먹다가, 밥먹다가 주둥이 묻은 거 서로 닦아주고,

폴짝 폴짝 뛸때도 꼭.....서로 장난맞춰

넓지도 운신의 공간을 백미터 달리기 하듯 달아나고 쫓아가고...

그러니 혼자면 어마나 심심할까...싶다.

둘이 있어 죽어라 싸우기도 하고.....

가끔 밥 먹다가 꼬장 부리는 홍시 때문에

꼼짝 못하고 '얼음'하고 있다가 홍시가 물러나 주면 그때서 어그적 어그적

먹어대는 감자를 보면....

왜 질까~ 등치도 크고, 힘도 훨씬 쎄 보이는데.....

아니 아니야 져주는 거지.

까탈스러운 홍시를 무던한 감자가 봐 주는 거라고 큰넘이 그랬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잘 지내다가도

사람이 다가가 한발짝이라도 가까운 감자를 먼저 이뻐해주거나 쓰다듬어주면 또

홍시는 어리광 가득한 목소리로 끙끙 거리며 질투를 한다.

그 모습이 귀엽고 또 애처로워 절대로 그냥 못 지나치게 한다는..

어쩌다 한넘 줄이 풀려 온 마당을 휩쓸고 다니면

숨너머가도록 울어대며 배아파하는 묶여있는 한 넘..

요넘들도 분명

사람처럼....

샘도 많고, 질투도 많고, 사랑도, 미움이라는 감정도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가끔 우리가 모르는 문제로 심각히 싸우고 나면

한넘은 집안에 한넘은 처마밑에 

서로 얼굴도 안보고 딴청을 피우며 외면한다는 거..

 

방안 창가에 서서 

홍시야~ 감자야~ 하고 부르면 

고개 쑤욱 내밀고 좋다고 반갑다 꼬리 흔들어주고 웃어주더니만

요즘엔 요넘들 방안에서는 아무리 아무리 불러도 코빼기도 안보여준다.

대답하면 한번 씨익 웃어주고 창안으로 사라져 버릴꺼잖아요~ 하듯이..

흐....

감자야~

홍시야~~~

지금도 아무리 불러봐도

두넘은 어둠속에서 뭔짓을 하는지 방울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투닥 거리며 싸우는 소리 들리더니

서로 등 돌리고 밤하늘만 바라보고 앉았는 것은 아닌지...

하긴

큰넘 왈~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거여. 엄마. 내비 둬~' 

그래...

스무살 아들넘도 아는 진리...그대로 내비 두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쿵짝 맞아 붙어 앉아 헤헤헤....달님처럼 웃고 있겠지.. 

 

'지나간날들 > 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밤  (0) 2012.08.26
깜깜  (0) 2012.08.26
점심으로 국수를 말다가.....  (0) 2012.08.24
감자......비 그 사랑에 빠지다..  (0) 2012.08.24
비가 내리는건...  (0) 201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