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3

날이 흐리고 춥다.

그냥. . 2013. 2. 3. 10:42

아빠와 아들과의 알수없는 거리...

 

날이 흐리고 춥다.

지난 날 추웠던 것에 비할 바 아니지만

날이 흐리면 유난히 움츠러드는 몸과 마음은

분명 계절 탓일꺼다.

명절이 다가와서...

더 비싸지기 전에 동태와 홍어 포를 떠온 것을

옥상에 널었는데 날뛰고 다니는 두마리 강아지가 걱정이다.

못 올라가게 해놓긴 했는데

그넘들의 능력이 어느만큼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틈틈히

짬짬이 밖을 내다보며 두 말썽꾸러기들의 동태를 살핀다.

명절은 다가오고....

김여사는 무기력증에 빠져있고.........

큰넘도, 작은넘도 없는 집안..

어머니는 마을회관에서 숙식 해결하시고..

우리집 남자는 여전히 바쁘신 몸이시니

가끔 집에서 밥 먹을 일 있으면 오히려 어디 안 나가나......

살피게 된다.

밥 하기도, 먹기도, 챙기기도 귀찮은....

어디 밥 뿐이겠는가..

아들넘들은 내 생활의 활력소였던 모양이다.

두넘이 없는 집안에서 나는 인형놀이나 즐기고 싶은 그저 무기력증에

빠진 중년의 게으른 여자일 뿐인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취직이라고 해서 타지에 나가 살게 되었을 적에

아버지가 틈틈히 짬짬히 그렇게 편지를 보내 주셨다.

늘 어렵기만 하고, 무겁기만 했던 아버지의 편지는 말 그대로

낯설고 험한 사회생활 하는데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 보다 앞서 언니가 직장 따라 외지로 나갔을 적에는..

아버지가 불러주시는대로 내가 적어 언니한테 편지를 보내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울 아버지가 나보다 훨씬 글씨체가 좋으셨었는데

왜 아버지는 내게 대필을 부탁하셨는지 .....모르겠다.

암튼 그랬다.

타지에서는 아버지의 편지가..

어쩌다 가끔 집에 들리게 될때는 엄마가, 정읍 터미널까지 또는

면소재지 버스타는 곳까지 나오시면서 가방 들어주시고 손 흔드어 주시던

그 따듯함으로 별 탈도 문제도 없이 직장생활 열심히 잘 했던 것 같은데....

우리집 남자.....

큰넘이 궁금하지 않거나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닌게 분명한데.....

컴앞에 앉아 자판 두드려 마음 표현해주고 위로해 주고 그러면 좋을텐데......

생각도 안 하고 있는듯 싶어 물었다.

'아들한테 편지 한통 써 주지?'

'써야지..'

'말로만 말고....'

그러고 두어날이 지나고...

'아들 안 궁금해?"

'궁금하긴 하지만 잘 하고 있을꺼야.'

'자기는 아버님한테 편지 한번도 안 받아 봤어?'

'어..'

'우린 아버지가 편지 많이 써 주셨었는데...'

'나는 가족들한테 편지 받아 본 적 한번도 없어.'

'정말?"

'어..'

뜨..........아악 했따.

받아 본 적이 없다면 써 본 적도 없다는 말이겠지.....

어째 이런 일이...

그치만 아들에게 편지 한 통 써 주었으면 좋겠는데.....

강요 할수는 없는 일이지만....

참...다른 세상에서 살았구나..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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