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3

내아들...

그냥. . 2013. 5. 18. 09:46

아들넘이 거울 앞에서 매직기 들이대며

머리카락 지지고 있는 시간이 유난 길다......

'아들아~ 그만 혀도 이뻐. 머리카락 한개도 안남아 나겠따아...'

'오늘 졸업사진 찍는디아.'

그러면서 내 보기엔 이뿌게 곱실은 머리카락을 애써 칼날 머리카락

만드느라 고생 중이시다.

한참.....멋내고 싶은 라이..

한참 궁금한 것도 많을 나이..

한참 먹고싶은 것도 많아 날마다 배 고플 나이..

한참 놀고 싶어 좀시 쑤실 나이..

한참.............어떻게 살아야 좋을까...고민 해야 할 나이..

내 아이는 헤어스타일에 대한 저만의 만족을 높이기 위한 노력..

그거 말고는 학교, 학교, 학교...

나머지 생각이나 , 나머지 궁금한 것들이나 하고 싶은 것들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겠을 만큼 모범적?으로 산다.

나만의 생각이라고?

아니 아니..선생님도 그러셨다.

조용하고, 모범적이라고, 한빈이 같으면 선생님 할 맛 난다나 어쩐다나..

암튼지간에.....

일치감찌 걲인 인생관에 관한 성장통인지..

늦으막히 된통 앓은 사춘기인지 ...

고1~2년을 저와의 싸움에서 부딪치고 깨지고,

몸부림치로, 좌절하고, 일어서고....포기하고, 다짐하고, 일어서고...

그렇게 보내더니 많이 편안해 졌다.

편안해 보인다.

조급함이 사라졌다 할까.....

꿈을 현실적인 것에 맞춰 가고 있다고나 할까...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삶 또한 느슨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죽도록 달리고도 최고 속도를 100 밖에 못 내는 사람이 120을 내기 위해

자책하고, 발버둥치고, 우울해하고, 비관하는 것 보다는..

스스로의 위치를 인정하고 편안하게 노력하면서 100에서 +- 5정도라면

후자로 사는 방법이 훨씬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에는 개인강의 취향이나 성향의 차,

또는 보편성의 기준이 있겠지만

어쨋건...

지금 내 아들은은 행복해 보인다.

그럼 된 것 아닌가.

 

고1때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상처 받았던 아들넘..

지금은..

어쩌다 신호등 무시하는 나나 지 아빠를 보며 경찰 만큼이나 나무라고,

남편이 자기 다니는 미용실에 머리 잘 한다고 해서 가서 했다가

한달도 안되어 연기처럼 사라지신 펌을 보고 투덜 거리며

그 미용실 가서 뭐라 해야겠따 했더니

엄마..뭐하러 그래 그사람 기분 나쁘게 그냥 나음부터 안 가면 되지 ~ 하는 내아들..

이기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쨋건..지금 내아들은

내가 보기에는 적어도 편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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