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여~'
'어....우리 딸~ 안그래도 방금 언니 전화와서 통화 했다.'
'안그래도 그러는구나..했어. '
'저녁은 드셨어?'
'아니..아직 안 먹었다. 용케도 기차에서 내려서 동네 들어오는 차를
탔어야~ 집에 와서 점심을 해 먹었더니 좀 늦어서 그런가 아직 배가 안고프다.
이제 먹어야지..'
'먹어야지.... 피곤허지 병원 다녀와서?"
'피곤은 무슨...집에 와서 내내 마루에 들어 누워 있다가 몬당(엄마의 평생 피땀이 서려있는 밭)
가서 배미콩이랑 매주코이랑 심은 거 잘 올라오는지도 보고...'
'하루 안가면 누가 엄마 밭 업어 가간디 또 다녀 왔어?'
'허허허...누가 업어가서 긍가디....이것 저것 심어 놓은 거 올라와 자라는 재미로
사는거지..'
'그게 그렇게 재미나? 엄마는...'
'재미나지...언니도 아까 전화로 얼마나 일하지 말라고 성질 성질은 다 내는지...
봐라 딸~ 엄마가 두마지기 그거 농사 짓는 거 놓아 버리면
날마다 뭐하고 살것냐.
아침 저녁으로 시원할때 논이고 밭이고 나가서 둘러보는 재미라도
있어야 살지..'
'엄마..그거 모르는 거 아닌다......우리동네 어르신들 보니까..
평생 일하셨던 분들도 일 놓고도 재밌고 즐겁게 잘들 사시든데 뭐
마음 먹기가 힘들지......엄마는..'
'그래도 어찌게 그런다냐..고추 이렇게 이뿌게 잘 키워서 곧 딸때 되는디
어찌 내 놓아라고 그리야..'
'엄마...엄마 마음 내가 왜 몰라. 나도 농사 짓는디..
근디 엄마...엄마는 혼자 있잖어. 누구랑 같이 살면 뭐 그정도 일은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엄마는 혼자 사는디..그러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랴..'
'내가 내몸 다아 잘 알어야. 긍게 내새끼들 걱정 안하게 허께에..'
'엄마.......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녀.
엄마도 의사 이야기 들었지. 엄마 머릿속이 많이 안좋다는 말..
그거..엄마도 무슨 말인지 알잖어. 그러니까..
엄마 건강 생각하고, 자식들 생각해서 접었으면 허지만..
엄마..7월 1일날 정밀검사 받어서...결과가 또 그렇게 나오면..
그때는 정말 그만 둬야 혀..'
'.........괜찮당게..'
'엄마.............'
'그려 알었다. 얼었어.'
억지 춘향처럼 대답을 해 놓으셨지만...
봄 내내 고생하셔서..
무럭무럭 자라 이제 곧 빨간 고추가 열릴 고추밭을...
그 주변 자투리 땅에 심어 놓은 엄마의 땀방울들을
어찌 병원에서 뭐란다고..
의사 말한마디에 내 놓아야 하는 일이 쉽겠는가......
엄마는..그렇게 지금도 아침 저녁으로 고추밭 둘러보는 재미라 살고 계신다 하고...
엄마 몸은.......엄마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않좋다는 말을
이미 의사선생님한테서 떨어졌다.
울엄마.......
엄마..
엄마...............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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