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3

수능..

그냥. . 2013. 11. 7. 21:37

일찌감치 잠이나 자야겠다며 열시도 안 되어

방에 들어 간 아들넘 따라

침대에 누웠다.

뒤척이며 티비를 보다가....

평소처럼 잠이 들었는데

설쳤다.

폰 알람은 못 믿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닌데..

폰 알람을 대여섯 번은 더 확인하고...

그것도 모자라 남편에게 또 시간 묻고..

그렇게 맞이한 아침..

국을 끓이고, 불고기를 볶고..해서 아들넘 점심을 조심스럽게 준비했다.

채할까....버거울까...조심스러워 하면서...

그러다 전기 밥솥을 열었는데 밥이 또. 또 되다..

어제도 너무 되서 먹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그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되다..

되네....하면서..

되다...되네...되네이는데.....괜히 느낌이 좋다.

아들이 시험이 잘 볼것같은 그냥 막연한 느낌..

그렇게 점심도시락을 준비해서

남편이랑 같이

전주고등학교 교문에 아들넘을 내려주고 돌아서 왔다.

노오란 은행잎에 흐린 가을 하늘가에 비처럼 내릴것 같은 그런 날.....

시험 잘 보라는 말도...

실수하지 말라는 말도..

최선을 다하라는 말도..

긴장하지 말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할 수가 없었다.

내 가벼운 말 한마디가 티끌만큼이라도 아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두려워서...

그저 속으로 있다가 오후에 웃으면서 만나자......기도 했을 뿐..

그렇게 아들을 고사장 안으로 들여 보내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다.

아들넘 시험 끝나는 시간 맞춰 남편이랑 학교 앞으로 갔다.

차에 오르자마자 폰으로 정답을 맞춰보는...

그 표정이 너무 복잡해서리 말 한마디 걸기도 무서울 지경....

잘 못 본것 같다고.... 그러길래..

오늘은 그런 저런 생각 말고 그저 쉬라고..암것도 생각말고 쉬라고

나나 남편이나 말했지만..

맘이......눈물이 울컥 올라올것 같은걸 꾹꾹 눌렀다.

일 다 마치고 마악 현관을 들어서니...

아들넘이 아까는 답안을 잘못 맞춰본듯 하다고..

괜찮게 본듯 하다고...

과탐은 걱정을 안했는데 의외로 잘못보고,

국어랑 영어는 기대도 안했는데 오히려 잘 나왔다고..

수학은 그럭저럭 그렇다면서도

등급컷 확인하며 이랬다저랬다 하며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다니 즐거워졌다.

알바알바...하길래...

돈에 대해서 까불지 말고...

지금 이시간 이시절은 두번다시 오지 않는다고..

돈에 대해 까불지 말고 열심히 즐기고 놀라 했다.

일은...나중에 죽을만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날 온다고..

아들넘..참........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냥 하루하루 채워 이날까지 온 것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오늘 저녁은 아들의 어깨가 어쨋건 가벼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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