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낮에
감나무 밒에는 감이 오늘도 툭 툭 떨어진다.
어떤 넘은 납착코가 되어 마당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
어떤넘은 용캐도 어찌 떨어졌는지 상처 하나 없이
말짱한 넘도 있고,
어떤 넘은..
새들의 밥이 되었는지 반도 안 남은 넘도 있다.
일하고 들어오다가 습관처럼 감나무 밑을 보면서도
먹을꺼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저벅 저벅 걸어가서
멀쩡한 녀석 하나 남편에게 주고 나도
손으로 쓱쓱 몇개 붙은 모래알맹이 털어내고
반 잘라 부드러운 속을 먹어보니 달달하니
맛이 제대로 들었다.
날미다 쓸어내고,
날마다 주워 모아도 또 떨어지고 또 또 떨어지고,
이제는 말 그대로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차라리...나무에 붙어 있어 새들의 밥이나 되지...
마당에 떨어진 것은 새들도 거들떠보질 않는다.
풍성한 가을이여서 그런지 어쩐지..
나 어렸을적에는
집에 감나무 있는 집에 그렇게도 부러웠었다.
당숙모네 밭 가장자리에는 감나무가 쭈우우욱 열댓나무 심어져
있었는데 새벽에 일찌감치 일어나 그 감나무 밑으로 가며
풀섶에 떨어져 있는 감들이 얼마나 그렇게 맛나고
또 맛났는지.
옆집 선숙이 언니네를 감나무 밑을 담장 구멍으로 살피다가
주황색 감이 눈에 들어오며는..
나는 망을 보고 언니는 담을 너머 올라가 후다닥 주워 들고 오던 생각..
떨어진 땡감 모아 단지속에 물 부어 담궈놓고
떫은 맛 빠지면 맛나게 먹던..
감꽃 떨어지는 초여름이면
감꽃 목걸이 만들어 다니면서 한줌씩 따먹곤 했었는데..
이젠 울안에 있는 많지도 않은
단 하나밖에 없는 감나무의 감도 감당이 안되는
우리식구는...
나는...
단 몇해 전까지만 해도 다른 과일은 차가워서 안먹어도
감은 그래도 잘 먹었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별루다.
나이먹을수록 먹는 입만 예민해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