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4

버스 안

그냥. . 2014. 11. 30. 10:31

서울가는 버스에 올랐다

누가 뭐랄사람도 없는데 통로쪽으로

고개를 두고 눈을 감았다

하나둘 셋 . . . . . .아흔일곱 아흔여덟

잠 토한 쉽지 않구나 느끼며 빠져 들었다가

휴게소에 도착할꺼라는 방송에 깼다

절반쯤 왔구나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 차에 의지해 다시 눈을

감아보지만 쉽지 않다

답답하게 김서린 통로 지나 의자 너머 남의 창을

멍하니 바라보며

누가 좀 닦아주면

비내리는 세상도 구경하고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터널인지

아닌지

산 옆을 지나고 있는지 아닌지

도시 근처인지 아닌지

김서린 창은 내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한결같이 회색만 지겹도록 보여줄뿐

답답하다

. . . .

담부터는 표 끊을때 창쪽으로 달라고

말해봐야지

분명 차체에 꽂히는 비의 소리는 들리는데

비 내리는 세상을

그것도 저어도 세시간은 ㅇ뎐없이 볼수 있는 기회인데

멍만 그리고 있다니. . .

아쉽다

아. . . .

통로지나 옆에 엎에사람 창에 주루룩 미끄러지는

비의 모습이 보인다

허린를 바로 새우고 한참을 바라다 본다

.

.

.

.

. 어느새 열시 반

이제 도착하려면 삼.사십분 남은거 같다

어떻게든 시간은 흐른다

 

 

돌아가는 길

생각이 많다

그렇게도 강단 있으시고

하늘만큼 대단해 보이셨던 외삼촌이

맏딸 늦으막히 시집보내면서 종일

눈밑이 붉어져 계신다

팔십년대 초반

그 시절에도 흔치않은 검불같은 집에 살면서

비가많으면 비가 많아서눈이 많으면

눈이 많아서

태풍이 불면 바람이 무서워 하늘을 찾고

부처님을찾아야했던 그 시절에도

삼촌이 사우디에서 보내준 연필깎이며손목시계

탁상시계까지

삼촌은 우리사남매의 산타셨었다

엄마한테는 오빠같은 동생이고

엄마처럼 아버지처럼 의지할수 있는 대상이였으리라

그런 거목과도 같으셨던 분이

이제

양쪽에서 부축하지 않으면 운신 하시기가 어려우시니. . .

그 모습을 바라보시는 엄마 마음또한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어쩜 산다는 것은

내가 짐작하고 있는거 보다 훨씬 더 허무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니 그렇고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살것도 없다는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나는 또

그렇고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살아갈꺼라는 것

마음은 비우고

욕심과 기대는 버리고

생각과 걱정은 가볍게가볍게

날마다 다짐해도

쉽지않다

아니 안된다

이러고 그럭저럭 사는건가

그러겠지

아마도 그럴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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