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4

하얀 봉지에..

그냥. . 2014. 12. 7. 13:09

하얀 봉다리에~

비닐봉투를 우리집 남자가 내밀며 말했다.

민물새우여. 저어기 마란동 저수지 품는데서 잡아왔어.

보자마자 인상이 별루였다.

저수지를 품어 잡아 온 녀석들이라

풀씨와 풀대 그리고 도깨비가시 어넘들이

반반쯤 섞여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래기 넣어 끓이면 맛나지...싶어.

민물새우와 풀대들 골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팔딱팔딱 물속에서 날뛰는 새우들을 보며..

이 추운 겨울날에 저수지 바닥에서 살아 남아 있었다니

니들 생명력이 나보다 강하구나...싶은 생각과

그렇게 살았었는데

느낮없이 저수지 바닥이 들어내야하는 일이 생기고 보니

이렇게 잡혀온 신세를 보니

그래도 니그들보다 내 신세가 낫지 싶기도 했다.

사십여분...

맘에 들만큼 깨끗하고 씻어놓고 보니

시래기가 꽁꽁 얼어 있다.

어쩐다지...망설이다가

무우 썰어넣고, 느티리 좀 찢어 넣고, 탕을 끓였다.

마지막으로 지난 늦가을에 썰어 얼려 놓은 고추 몇개 썰어넣고

끓이니 칼칼하니 뭐 먹을만 하다.

두 아들넘도 잘 먹고,

작은넘은 소주~ 안주구만...하는디

좀 맵다 싶다.

그래도 국물이 따듯하니 시원하길래 몇번 더 떠먹었다.

설거지하고,

빨래정리하고...

인터넷 뱅킹 좀 하려고 보니 모르겠다. 비번을..ㅠ.ㅠ

엇그제 잊어먹어서 바꿨는디....

결국 다섯번 중에 네번 실패하고...

포기..

다섯번 다 실패하면 골치아파질까봐서리

보류 해 놨다.

그러는 사이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더니....

난리가 났다.

아리고, 쓰리고 헛구역질 나고,

쥐어 짜고....

어쩐다지...

아까 그 탕이 좀 매웠나?

평소 넣던 것 만큼 고추를 넣었는데

어떤 넘이 더 약이 차 올라 있었나...

웅크리고 앉았다가 화장실 들락날락....

위아래로 쏟고 또 쏟고..

우리집 남자 이웃집에 약 얻어러 간다는 거

말려놓고...

이럴땐 비상약도 없다는 사실..

쪼그리고 앉았는데 우리집 남자 얻어 온 시루떡을

썰어다 달라며 내민다.

당신이 좀 하지...했더니...

계속 손을 내밀고 있길래...나 아프거든...하는 사이

작은넘이 내가 할께요....하며 횡하니 아빠 손에 들려 있던

떡을 들고 나가 접시에 이뿌게도 썰어왔다.

그 표정에는 아빠는...엄마 아픈데...라는 무언의 압박이...~

어찌되었건..

난 밤내 몇번은 더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배앓이를 하면서 꽁꽁 거렸다.

내 위장은 참말로 맘에 안든다.

입에서도 괜찮다고 넘긴 국물을

뭐 그리 요란스럽게 반응하는지...

큰넘은 왜 찌개 몇번 떠 먹고 그렇게 고생하느냐며

엄마는 매운거 절대 먹지 말란다.

나는...아마도...내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위나 장쪽부터 생기지 않을까..싶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정말이지

죽을 맛이였지만...

큰넘 밥 먹여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나 일도 하고

점심도 먹고나니 살만하다.

아프지 않다는 거

내 몸 어디 특별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곳 없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꼭 이렇게 꽁꽁 거려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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