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봉다리에~
비닐봉투를 우리집 남자가 내밀며 말했다.
민물새우여. 저어기 마란동 저수지 품는데서 잡아왔어.
보자마자 인상이 별루였다.
저수지를 품어 잡아 온 녀석들이라
풀씨와 풀대 그리고 도깨비가시 어넘들이
반반쯤 섞여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래기 넣어 끓이면 맛나지...싶어.
민물새우와 풀대들 골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팔딱팔딱 물속에서 날뛰는 새우들을 보며..
이 추운 겨울날에 저수지 바닥에서 살아 남아 있었다니
니들 생명력이 나보다 강하구나...싶은 생각과
그렇게 살았었는데
느낮없이 저수지 바닥이 들어내야하는 일이 생기고 보니
이렇게 잡혀온 신세를 보니
그래도 니그들보다 내 신세가 낫지 싶기도 했다.
사십여분...
맘에 들만큼 깨끗하고 씻어놓고 보니
시래기가 꽁꽁 얼어 있다.
어쩐다지...망설이다가
무우 썰어넣고, 느티리 좀 찢어 넣고, 탕을 끓였다.
마지막으로 지난 늦가을에 썰어 얼려 놓은 고추 몇개 썰어넣고
끓이니 칼칼하니 뭐 먹을만 하다.
두 아들넘도 잘 먹고,
작은넘은 소주~ 안주구만...하는디
좀 맵다 싶다.
그래도 국물이 따듯하니 시원하길래 몇번 더 떠먹었다.
설거지하고,
빨래정리하고...
인터넷 뱅킹 좀 하려고 보니 모르겠다. 비번을..ㅠ.ㅠ
엇그제 잊어먹어서 바꿨는디....
결국 다섯번 중에 네번 실패하고...
포기..
다섯번 다 실패하면 골치아파질까봐서리
보류 해 놨다.
그러는 사이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더니....
난리가 났다.
아리고, 쓰리고 헛구역질 나고,
쥐어 짜고....
어쩐다지...
아까 그 탕이 좀 매웠나?
평소 넣던 것 만큼 고추를 넣었는데
어떤 넘이 더 약이 차 올라 있었나...
웅크리고 앉았다가 화장실 들락날락....
위아래로 쏟고 또 쏟고..
우리집 남자 이웃집에 약 얻어러 간다는 거
말려놓고...
이럴땐 비상약도 없다는 사실..
쪼그리고 앉았는데 우리집 남자 얻어 온 시루떡을
썰어다 달라며 내민다.
당신이 좀 하지...했더니...
계속 손을 내밀고 있길래...나 아프거든...하는 사이
작은넘이 내가 할께요....하며 횡하니 아빠 손에 들려 있던
떡을 들고 나가 접시에 이뿌게도 썰어왔다.
그 표정에는 아빠는...엄마 아픈데...라는 무언의 압박이...~
어찌되었건..
난 밤내 몇번은 더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배앓이를 하면서 꽁꽁 거렸다.
내 위장은 참말로 맘에 안든다.
입에서도 괜찮다고 넘긴 국물을
뭐 그리 요란스럽게 반응하는지...
큰넘은 왜 찌개 몇번 떠 먹고 그렇게 고생하느냐며
엄마는 매운거 절대 먹지 말란다.
나는...아마도...내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위나 장쪽부터 생기지 않을까..싶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정말이지
죽을 맛이였지만...
큰넘 밥 먹여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나 일도 하고
점심도 먹고나니 살만하다.
아프지 않다는 거
내 몸 어디 특별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곳 없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꼭 이렇게 꽁꽁 거려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