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5

흐린 가을날..

그냥. . 2015. 10. 11. 11:49

어젯밤 빗소리에 젖어  버린 마음이

게으릉에 붙잡혀 쉬어가는 흐린 일요일 아침..

뒹굴 거리다 일어났다.

흐리다..

가을 흐림은 참 쓸쓸하다.

어젯 밤 그 빗소리는.......나에게는 사랑의 세레나데 처럼

달콤했지만

가뭄에 지친 가을들렼엔 생명수나 다름없지 않았을까..싶다.

징그러울 정도로 뒹굴거리다가

커피한잔에 게으름도 비에 대한..아니 지난 밤 빗소리에 대한 미련도

춥다......에 대한 거리감도 털어버리고 싶었지만 다 털어버리지 못하고

끌어앉고 앉았다..

티비에서 들려오는.. 너무나도 좋아했던 노래가 흘러나온다..

너무 좋다.

흐린 가을날에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

저 가슴 밑바닥에 자리집은 아주아주 오래된 편지 한통 끄집어 내어

떨리는 손으로 펼쳐 보는 듯한 느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좋아하고,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새 노래도 내고, 새로 콘서트도 한다니..꼭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가을날에..

 

예전에..

우리집 마당에는 햇살이 참 잘 들었었다.

허름허름 허물어져가는 흙담 사이로 바람이 새앙쥐들 처럼 들락

거려도,

젯빛으로 늙어가는 초가지붕에 빗불이 주렁주렁 미끄럼을 타도

햇살이 반짝 내릴때면

그 끝없는 밝음 또는 따듯함이란..이루 말 할수가 없었다.

네모 반듯 아빠가 반들반들 바둑알처럼 빚어놓은 수돗가 시멘트 바닥

배수구에 수건을 돌돌 말아 막아

물을 채워서는

그보다 더 좋은 수영장이 없다는 듯 주저 앉아 물장구 치던

코 찔찔이 눈만 땡그라니 컸던 모질이를 세상 다 담을 듯 커다란 눈을

굴리며 바라보더 누렁이 한마리~

우리집 최고의 재산 목록 1호는 그 누렁이 아니였나...싶다.

누렁이 옆엔 작은 뒤엄자리가 있었다..

그 햇살좋은 집 마당에 두엄자리..

마당을 쓸어 모으고,

잡안을 쓸어 모으고,

누렁이 똥을 쓸어 모았던...

두엄자리

지금 생각하면 참 냄새나는 그것들을 위해 마당 한자리를 떡하니 내어

놓았을까..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다시 논과  밭의 걸음이 되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곳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가끔

바닥까기 벅벅 긁어내어

지게에 짊어지고,

리어커에 옮겨 실어 밭으로 논으로 내어 가셨으니까......

어린시절 그 마당에는 햇살이 참 잘 들었다.

내 마음에도 요즘은 햇살이 제법 잘 든다.

어린시절 그 마당에는 두엄자리 하나 있어 온집안의 잡다한 지저분하거나

더럽거나 필요치 않은 것들을 모아 두었던 곳 있었다.

내마음에 두엄자리에는 뮈가 있나...

어린시절 그 두엄자리엔 냄새는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가끔 아버지가 말끔히 비워 내셨으니까...

내 마음의 두엄자이에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만 아는 그 존재가 느껴지는 순간순간 역하게 느껴지는

악취를 어쩌지 않는 내가 있다.

비워도 않고, 버리려도 않는 내...

내 마음의 게으름 때문인지 뭔지..

흐린 가을날..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가가 뜨거워지며...

찾아낸 숨겨진듯 숨겨질수 없는 내 마음의 두엄자리........

뒤엄자리......

쉽지 않을 것이다.

쉽지 않다.

가끔 이렇게 바라보다가

잊어버리고,

또 반성하다가

내버려두고,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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