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빗소리에 젖어 버린 마음이
게으릉에 붙잡혀 쉬어가는 흐린 일요일 아침..
뒹굴 거리다 일어났다.
흐리다..
가을 흐림은 참 쓸쓸하다.
어젯 밤 그 빗소리는.......나에게는 사랑의 세레나데 처럼
달콤했지만
가뭄에 지친 가을들렼엔 생명수나 다름없지 않았을까..싶다.
징그러울 정도로 뒹굴거리다가
커피한잔에 게으름도 비에 대한..아니 지난 밤 빗소리에 대한 미련도
춥다......에 대한 거리감도 털어버리고 싶었지만 다 털어버리지 못하고
끌어앉고 앉았다..
티비에서 들려오는.. 너무나도 좋아했던 노래가 흘러나온다..
너무 좋다.
흐린 가을날에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
저 가슴 밑바닥에 자리집은 아주아주 오래된 편지 한통 끄집어 내어
떨리는 손으로 펼쳐 보는 듯한 느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좋아하고,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새 노래도 내고, 새로 콘서트도 한다니..꼭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가을날에..
예전에..
우리집 마당에는 햇살이 참 잘 들었었다.
허름허름 허물어져가는 흙담 사이로 바람이 새앙쥐들 처럼 들락
거려도,
젯빛으로 늙어가는 초가지붕에 빗불이 주렁주렁 미끄럼을 타도
햇살이 반짝 내릴때면
그 끝없는 밝음 또는 따듯함이란..이루 말 할수가 없었다.
네모 반듯 아빠가 반들반들 바둑알처럼 빚어놓은 수돗가 시멘트 바닥
배수구에 수건을 돌돌 말아 막아
물을 채워서는
그보다 더 좋은 수영장이 없다는 듯 주저 앉아 물장구 치던
코 찔찔이 눈만 땡그라니 컸던 모질이를 세상 다 담을 듯 커다란 눈을
굴리며 바라보더 누렁이 한마리~
우리집 최고의 재산 목록 1호는 그 누렁이 아니였나...싶다.
누렁이 옆엔 작은 뒤엄자리가 있었다..
그 햇살좋은 집 마당에 두엄자리..
마당을 쓸어 모으고,
잡안을 쓸어 모으고,
누렁이 똥을 쓸어 모았던...
두엄자리
지금 생각하면 참 냄새나는 그것들을 위해 마당 한자리를 떡하니 내어
놓았을까..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다시 논과 밭의 걸음이 되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곳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가끔
바닥까기 벅벅 긁어내어
지게에 짊어지고,
리어커에 옮겨 실어 밭으로 논으로 내어 가셨으니까......
어린시절 그 마당에는 햇살이 참 잘 들었다.
내 마음에도 요즘은 햇살이 제법 잘 든다.
어린시절 그 마당에는 두엄자리 하나 있어 온집안의 잡다한 지저분하거나
더럽거나 필요치 않은 것들을 모아 두었던 곳 있었다.
내마음에 두엄자리에는 뮈가 있나...
어린시절 그 두엄자리엔 냄새는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가끔 아버지가 말끔히 비워 내셨으니까...
내 마음의 두엄자이에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만 아는 그 존재가 느껴지는 순간순간 역하게 느껴지는
악취를 어쩌지 않는 내가 있다.
비워도 않고, 버리려도 않는 내...
내 마음의 게으름 때문인지 뭔지..
흐린 가을날..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가가 뜨거워지며...
찾아낸 숨겨진듯 숨겨질수 없는 내 마음의 두엄자리........
뒤엄자리......
쉽지 않을 것이다.
쉽지 않다.
가끔 이렇게 바라보다가
잊어버리고,
또 반성하다가
내버려두고,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