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빈아 엄마야~
26일 토요일 아침이야. 아침이라고 하기엔 시간이 좀 그렇긴 하다. 아홉시 사십육분..
너는 벌써~ 몇시간 전에 일어났겠구나.
아침은 맛나게 먹었어? 입맛 없지 피곤한 상태에서의 아침은 정말 더 맛 없지. 그래도 먹어야 버틴다는 마음으로
맛있다 맛있다 주문을 걸어서라도 많이 먹어.
국 없으면 아침 먹기 힘들어 하던 니가 생각나는구나.
햇살이 쨍 났어.
아들 있는 곳의 어플속의 날씨를 들여다 보니 엄마 있는 곳 보다 한참은 더 내려가 있더구나.
춥다 춥다 춥다하면 더 추워.
그리고 한빈아 춥다고 응크리고 있다가 갑자기 심하게 훈련 받으면 다칠 우려 있으니 늘~ 조심하고~
토요일이니 오늘은 몸이라도 좀 편한 훈련이였으면~ 하는 엄마의 바램이여.
엄마는 오늘~ 12시 15분 기차로 서울간다.
30년 만에 만나는 아니 가만히 따지고 보니 중학교 졸업하고 못본 소꿉친구니 30년이 뭐니 35년은 되었겠다
동네 친구들이였는데 갈림길에서 서로 갈라져 살아가다 보니 이렇게 보기가 힘들어지더구나.
혹시 토요일이라~ 너 전화올까...싶어서...나중으로 미룰까~ 싶기도 했지만 엄마가 미룬게 너무 많아서리~
너무 비싸게 굴었거든. 그래서 이번엔 쫌 너무 미안하드라구.
그러고 보니 니 목소리가 아른아른하다.
날마다~
엄마~
엄마아아~ 하고 부르던 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디 ㅎㅎㅎㅎ
너 102에서 내려놓고 오면서 부터 전화 기다리고 있는디 엄마만의 착각이였나부다.
형때는 전화 왔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엄마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래도 혹시~ 혹여말야. 정말로 전화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폰으로 해야 해~
집은 비어 있을 때가 많은 거 알지~
아들은 목소리가 선천적으로 크지 않아서 고생이겠다.
거기서는 큰 목소리를 요구할텐데 말야.
이번 기회에 목소리 톤도 좀 올려 봐~
니 은근히 집중하게 만드는 낮은 목소리도 좋지만 힘있고 박력있는 니 목소리 또한 멋질 것 같으다.
아들아~
오늘도 몸 조심하고, 건강하자~ 감기 조심하고, 밥도 잘 먹고, 너가 먼저 동기들에게 좋은사람으로 다가 갈 수 있는
니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오늘 저녁도 푸욱 잘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너의 삶의 무게가 내일의 너의 삶에 듬직한 버팀목이 될거라는 거 잊지 말아라 아들~
오늘도 수고 많았어~
한빈아 엄마야
26일저녁 아홉시 이십팔분
엄마는 용산에서 아홉시 이십오분차 타고 집에 가는 길이야
원래는 일곱시 몇부 차 끊었는데 오랫만에 본 친구들이 아쉬워해서 좀 미뤘더니 집에가는 시간이 늦어졌네 그래도 걱정 마 전주역에 차두고 와서 집에 바로 가면 되니까
아빠도 오늘은 다른약속 안 잡으시고 집에 계시네
아들은 오늘 뭐했어?
눈 많이 왔니?
낮에까지 어플에 눈이 날리던데 말야
혹시 소포는 받았니?
엄마가 내복이랑 보냈는데 니가 따듯하게 입을수 있으면 좋겠구나
아들아 내일은 교회 가겠네
가서 좋은 시간 되었으면 좋겠구나
아들아
오늘 유난히 기차에 사람이 많다
만원버스같어
엄마 집에 잘 갈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자
감기 조심하고 ~
또 편지 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