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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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2016. 1. 4. 20:17

아들아 엄마야~

아들 지금쯤 꿀잠 자고 있겠지.

혹시 불침번 걸린 거 아니여? 지금은 그런 거 안 걸리고 그냥 푸욱 잘 자고 있었으면 좋겠구나.

아들아.

지금 시간이 1월 4일 한시 십분이야.

엄마는 그동안 요 며칠 너무 편하게 살았는지 잠이 넘쳤봐 잠이 오질 않아서 이렇게 앉아 아들아게 편지를 쓰고 있네.

교회 다녀 왔더구나.

사진 찍은것도,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하며 쑥쓰런 미소 날린 동영상도 봤지~

엄마가 그거 보려고 잠 안자고 있었나벼~ 흐흐흐흐..

거봐  웃으니 얼마나 멋져~

니 장난스런~ 쑥쓰러워 하는 표정을 보니 엄마 마음이 얼음 녹듯 녹아 내린다.

아들아 이눔아..

니가 말은 괜찮다 해도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겠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 괜찮다 잘있다 한마디에

가슴 쓰러 내리는 건 그저... 어찌 해 줄수 없는 상황에서 나름 잘 있구나..믿고 싶은 까닭이고, 확인하고 싶은 까닭일꺼야.

이모가 그러드라...

엄마나 이모 어린 나이에 돈 벌겠다고 타지로 떠나 보낸 외할머니 마음이 딱 지금 우리 마음 아니겠느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지 않았느냐고, 엄마 걱정만큼 그렇게 힘들었던 것만은 아니였던 것처럼

한빈이 너도 나름 잘 지내고 있을꺼라고 그걸루라도 위안을 삼으라고~

그래...그래....그렇지 하면서도...군대하고는 다르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는디

사진속의 너가 이제 엄마 아들 같아서....마음이 이렇게 놓이는구나.

그래..물론 앞으로도 힘들어 좌절하는 일들이 순간순간 많을꺼야.

그런 중에도 해 냈다는.. 이겨냈다는~ 버텄다는~ 할수 있다는 자부심, 자신감 또는 뿌듯함 또한 힘들었던 순간만큼

커다란 자존감으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아들아.

니가 그랬지.

전역한 선배들은 그들만의 뭔가가 있다고~ 그래서 가끔은 거북하게도 느껴진다고~

근데 이제 알겠지. 그들은 그들만의 자부심이나, 뭔가 해 냈다는 자존감에 못할게 없을 것 같은 시기 아니겠니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정일수 있음을 이제 너도 알겠지. 엄마도 알겠구나.

그래 . 그런 자신감이나 자존감이라면 어느만큼은 누리고 살아도 좋겠다 싶구나.

내 아들의 하루하루가 바윗돌처럼 무겁다 해도, 하나 둘 옮겨놓다 보면 어느새 너는 멋진 대한민국 남자가 되어 있을거라는 거지

아들아~ 엄마가 이 한밤중에 잠은 안자고 말이 참 많지~

엄마 오늘부터는 일해야 해~ 그러니 엄마도 좀 자야지~ 싶다.

아들도~ 잘 자고..........오늘 받아 놓은 일정은 또 신나게 한번 처리 해 보자~

오늘 또한 마음도, 몸도 관계도 건강하자~~

특히 감기....아~ 동영상 목소리는 괜찮던디~ 감기 조심하고, 몸 다치지 않게 침착하고~

아들...꿈도 없이 아주 자알 자고 ~

오늘 하루도 신나게 살아보자~ 아자아자 화이팅!!

 

 

한빈아~ 엄마야~

1월 4일 저녁 일곱시 이십오분이다.

지금쯤 엄마 아들은 뭐하고 있을까?

날마다 편지를 쓰는데 날마다 첫 소절은 아들이 뭐하고 있을까? 궁금증으로 시작되는구나.

오늘 하루도 훈련 받느라 고생 많이 했지~

형이 말한...엄청엄청 힘들다는....훈련이 시작 되었겠구나.

아마도 사격이라 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몸으로

감당해 내야하는 아들은 얼마나 고단할까..싶다.

그래도 어떻게든 오늘 하루는 끝났지?

훈련 끝나는 시간이 다섯시니?
형이 그랬던 것 같아서.

엄마 일끝내고 집에 와서 우연히 시계를 봤는데 다섯시.....우리아들도 힘든 훈련은 끝났겠구나~ 싶었지.

어때? 감기

기침 아직도 많이 하니?

예배보는 동영상속의 아들 아직 기침 하드만...

약 잘 먹고 있는 거 맞어?
감기 그넘이 잘 안떨어지지.  따듯한 물도 많이 먹고, 잠도 많이자고 그래야 훅 떨어져 나가는디 어서 빨리

털어버리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아들~

아까 낮에 아빠 일이 밀려 30분 먼저 나가고 엄마가 쫌 늦게 걸어 나갔거든~

따듯하다고 해서~ 그런가부다..했는데 겨울은 겨울이여. 바람끝이 차드라고,

아이고~ 이 바람속에 아들은 훈련 받고 있을텐데...하고 혼잣말을 중얼 거렸더니 아빠가 너 일해봐라~

금새 괜찮아지지. 아들도 훈련 받으면 안추워. 땀나~ 그러드라고.흐흐흐흐

오늘 날씨는 그래도 훈련 하는데 많은 지장을 주지는 않았지~

추운거보다 그래도 약간 후끈한게 나을꺼야. 따듯하게 입어~

아들아.

오늘 기사에 논산훈련소 16년도 첫 훈련병들 입소했다는 기사가 떳드라...

그 기사 보는데 흐미~ 까마득한 거~ 싶은 것이 그래도 너는 3주차 접어 들어서 그런지 엄마가 그 아들들이 왜케 안쓰러워

보이던지 말아야.

아들~

너그 아빠.

저녁 먹고 오냐고 문자 너도 답도 없고, 언제오시냐고~ 문자 넣어도 답도 없더니 마악 들어 오셨다~

너 입소하고는 전화도 제깍제깍 받고, 문자 답도 바로바로 해 주더니

벌써 헤이해졌구나~ 했더니 생각보다 일찍 들어 오셨네~

문자 왜 답 안줬냐고~ 잔소리 한방 날릴까~

흐흐흐흐....

그냥 웃지요~ 그러고 말라 그랬더니 엄마 편지 쓰는 옆에 앉아  자기 흉보고 있느냐고~ 그런다. 흐흐흐흐..

아들아~

엄마 아들한테 편지 쓰는데 아빠가 자꾸 옆에서 말시킨다. 아빠 말씀도 좀 들어 줘야 할까봐~

아들~ 오늘하루도 수고 많이 했고, 애썼어. 푸욱 쉬고, 잠 잘자고,

감기 버려 버리고,

몸도, 마음도,관계도 건강하자~

아들~ 오늘하루도 마무리 잘 하고~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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