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야.
잘 자고 일어났지~ 아침도 맛나게 먹었을꺼고~ 1월 3일 일요일 오전여덟시 오십이분인데
아들은 뭐하고 있을까?
오늘 아침은 흐려서 그런지 서리도 안 내리고, 멍멍이 물그릇도 얼지 않았어. 춥지 않았나 봐
아들 있는 곳도 그리 많이 기온이 내려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드는구나.
아들아~
오늘은 교회 가겠네. 교회에 있는 시간이 유일한 자유시간이라고들 그러든데 그 시간 만큼이라도 아들 마음이나 몸이
좀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다 알수는 없지만 교회 동영상 보면 진지하거나 엄숙하거나 그러지만은 않은 교회인것 같아서 너희들의 스트레스나 열정을 표출할수 있게 해주려고 애 써 주시는 거 같아서 감사하드라.
엄마는 요 며칠~ 너랑 같은 분대 동기들 번호에 맞춰 이름 외우느라 열공? 중이시다~
나이먹어 공부하려니 쉽지가 않아요~ 이것이~
엄마가 사람 얼굴 기억을 잘 못해서 번호하고 이름까지는 어떻게 해 보겠는데
얼굴까지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름 노력하고 있단다.
하루종일 함께 뛰고 뒹굴고, 땀흘리고 부대끼며 사는 아들들인데 적어도 이름정도는 알아야지 싶은 마음도 있고,
다 같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기도 하고~
한빈이하고 함께 울고 웃는 아들들이니 다아 같이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름들이고 얼굴들이기 때문이야.
엄마는 오늘 일해야하는데 하루 더 놀기로 했어.
그래서 형 자취방에 가서 대청소나 좀 하고 오려고,
두 아들넘이 사는 거기도 학기 중에는 아들들 불편해 할까봐 못하니 빈집일 때라도 가서 정리 해 주고 와야지.
아빠랑 같이 가려고 했는디 아빠는 동네에서 일이 생겨서 엄마 혼자 가려고~
사실 청소하는데 아빠랑 같이 가면 아빠만 심심하거든 그러니 엄마 혼자 가는게 편하기도 해.
어! 방금 전까지 창밖이 흐리더니 햇살이 쨍~하고 눈 부시게 떳네.
커텐 뚫고 들어오는 빛이 마치 봄빛 같다.
봄이 후딱 왔으면 좋겠다. 그곳에 겨울은 길고도 길어 봄이 더 더디 오겠지만 그래도 전주에 봄기운이 느껴지면
그곳 강원도에도 추위는 한풀 꺽이겠지~ 그치
오늘은 아들이 몸과 마음 다아 푸욱 쉴수 있는 날이면 좋겠다.
둘이 안된다면 마음만이라도 여유 좀 느낄 수 있는 날이면 좋겠어.
월요일 또 한주의 시작 앞에 있구나.
니가 엄마 편지를 읽을 때 쯤이면 또하나의 훈련이라는 산 중턱을 넘고 있겠지 싶다.
뭐 하나 쉬운게 없는 훈련들이지. 이번주는 사격이겠구나...형이 당부했던 거 기억 하지~
더더욱 조심하고, 침착하고 당황하지 않기~
누구나 다 하는~ 누구나 다 할수 있는 훈련이니 미리 겁 먹지 마~
다만 침착하고, 조심하고 가르쳐 주는대로 열심히 하면 될거 같지~
아들아..
아들이 그곳에서 엄마가 다 알수 없는 힘겨운 상황들을 이겨내고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자.
요즘은 입대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들들이 수두룩하다잖어.
늘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자.
긍정은 운명도 바꾼다 했어요~
아들~
오늘 하루도, 몸도, 마음도 관계도 건강하자~
오늘도 화이팅!!
아들아~ 안녕!!
1월 3일 일요일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니?
오늘은 날이 제법 포근했지? 엄마는 패딩 입고 운전하고 군산 가는데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포근하드라.
너 있는곳도 오늘은 제법 포근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단다.
교회는 잘 다녀왔어?
설교말씀이나 찬송가도 자꾸 들으니까 귀에 제법 들어오지 않니?
엄마도 한때는 정말 열심히 다녔었는데 말그대로 한때가 되었구나.
아들아~
엄마는 형 자취방에 가서 신나게 청소하고 왔어.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깔끔한 성격도 아닌디 형네 집에만 가면 왜 이렇게 손 갈곳이 많은지
장장 네시간 넘게 쓸고 닦고 빨고, 널고, 치우고 정리하고 그러다 왔단다.
형이 그렇게 엉망으로 살았냐구?
아니아니~ 너도 가 봐서 알지만 그정도는 아니였는데 말이여.
흐흐흐흐....
우리집을 날마다 그렇게 정리정돈 한다면 아마도 너그 아빠 부담스러 못살것다 하것지~
신나게 청소하고 왔더니 온몸이 뻐근햐~
형 그넘은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청소했는데 알아 줄랑가 모르겄다~
우리 막둥이는~
그곳 생활에 많이 적응 했지~
씻는게 아마도 니 맘에 들지 않았을 것 같아서 처음에는 많이 불편했을것 같어.
그래도 지금은 적응 했찌~
남자가 너무 깔끔 떨어도 피곤한거여~
어때? 속전속결~로 씻는 것도 해 보니 할만하지~
내일은 다시 월요일이네..
또 다른 훈련이 시작되겠구나.
쉬운 훈련이 하나도 없지.
그래도 2주동안 잘 버티고 이겨냈잖어.
너무 앞서서 걱정하지 말고, 그날그날 참착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하다보면 하루하루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 있을꺼야.
너도 하고, 니 옆에 동기들도하고, 그리고 그 옆에 동기도 하고~
다아 하는거니까 너무 긴장하거나 겁먹지 말고, 침착하게 해 보자.
아들은 잘할수 있을꺼야.
당황하지 말고, 서두르지도 말고~ 침착하게 그리고 이악물고 버티다 보면 이번주 훈련 또한 지나가게 되어 있어
먼 훗날 웃으며 이야기 하는 날 분명 있으니
오늘은 그저 오늘일에 최선을 다하는 걸로 하자.
아들아~
하루가 이렇게 긴 줄 몰랏지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할수 있을지 몰랐지
하루에 이렇게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 있을 줄 몰랐겠지만...
어찌보면 삶은 단 하루도, 아니 단 한시간도 예측할수 없는 것이니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다 싶어.
아들아~
훈련소의 하루 꽉꽉 눌러 채우느라 오늘도 수고 많이 했어.
오늘도, 내일도 몸도, 마음도, 관계도 건강하고 건강하자~
아들..
오늘은 아무 생각 하지 말고 푸욱 자~
잘수 있을 때 푸우욱 자고, 밥 잘먹고~ 긍정적으로 살자~
아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