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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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2016. 1. 17. 22:13

한빈아 엄마야

비가 낮부터 내리더니 지금은 제법 많이 내리는구나. 밤이 깊으면 눈으로 바뀌어 내릴거 같어.

울아들 있는 양구는~ 어플 상으로는 눈도 비도 없는 것 같은디 왜 엄마는 여기 눈이나 비가 내리면 거기도

그럴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지?

오늘은 1월 17일 일요일 오후 9시 21분이여.

형은 낮에 군산 가고~ 아빠는 주무시고, 엄마는 어둔 방안에 티비하고 노트북만 켜 놓고 앉아서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단다.

거실로 나갈까...하다가 춥기도 하고, 엄마는 혼자 거실에 앉아 있는 거 별루 안 좋아 해.

아들은 날마다 거실에서 살았는디~ 흐흐흐..엄마는 거실에선 혼자 있는게 참 싫드라구.

오늘 일요일인디~ 교회 다녀 왔지?

아직 사진이 안 올아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도 자정쯤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교회에 계신 분들에게 인사라도 예의 바르게 했지~ 얼마나 고마운 분이시니.

아들이나 엄마나 교회하고는 좀 먼 사람들이라 별 인연 없이 살아 왔었는데 아들이나 엄마나 참 많이 위로받고,

용기 얻고~ 엄마가 챙겨주지 못하는 맛난 것들도 먹고,

부모마음 속속들이 이해하시고 독사진 올려주셔, 동영상 올려주셔~ 맛난 음식 주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겟다.

가능하다면 찾아가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여.

아들~ 훈련소에세 보내는 마지막 일요일이였네.

그러게...마지막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날이 오기도 하는구나.

이제는 월요일도, 화요일도 마지막...수요일이면 엄마 아빠는 양구에 가 있을꺼고, 목요일이면 드디어

아들 만날 수 있겠네.

시간이라는 게 참 더디 간다~ 그챠~

아들

감기 걸린 동기들도 많지~

엄마가 걱정을 늘어지게 했더니 형이~ 흐흐흐흐...나름 본인도 겨울군번인지라~

감기 그거 기본으로 걸린 애들 수도 없다고~ 걱정 말라 그러는디 어디 걱정이 안되야지.

그래도 그넘의 감기 얼른 털어버려야 할텐데 싶다.

동기들하고 정 많이 들었을텐데.. 정말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한 동기들이라 더 특별하고 애뜻할텐데 아쉬움이

많겠구나.

아들아~

내일은 자대분류 하는 날인가?

아들은 21사단이라고 했지~ 거기서 더 분류 되는 거 맞지?

내일 아들의 기분이 어떤 날이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구나.

가능하다면 니 체력에 맞게, 니 적성에 맞게 니가 잘 할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아들아~

어떤 곳에 배정 되드라두, 그곳 또한 누군가가 꼭 필요한 곳인 것이니 그렇구나..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 들이면 되는거여.

내일부터는 또다시 추워진다더구나.

감기가 떨어지지 않게 생겼어. 날씨가~

아들아.. 내일부터는 또 수료식 연습 신나게 하겠구나

어차피 할꺼 신나게 즐긴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자꾸나.

오늘은 자알 자고~  참참...발바닥은 괜찮니?

울아들~ 몸도 마음도, 관계도 건강하고 건강하도록 노력하며 오늘도, 살자~

아들 수고했어..

엄마 또 편지 쓸께..

 

아들아~ 안녕~~

1월 18일 저녁 여덟시 11분

지금 집앞 가로등 밑에는 눈이 펄펄 쏟아지고 있다.

아들한테 가야는데 어쩌라고 저라나....걱정스럽게 그래도 괜찮아

내일 낮이면 그친다 했고~ 동네 골목만 빠져나가면야~ 뭐 시내나 고속도로는 문제 없응게~

너 있는 곳 날씨 어플을 수시로 들여다 보는디 다행히도 방산의 어플속 날씨엔 눈은 없는 것 같구나.

펄펄 날리는 눈~ 여기는 정말 오랫만이야. 너도 보고 갔던 첫눈 다음으로 눈같은 눈이 오는 것 같다.

아들은 눈이라고 쓰고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읽겠네~ ㅎㅎㅎ

아들아.

엄마 벌써 가방 싸 놨다. 생각나는대로 챙기려고 미리미리 싸 놔야 잃어버리는 거 없이 챙겨가지.

휴대폰에 베터리, 충전기 그리고~

아들 패딩이랑 편하게 입을 옷이랑 모자, 그리고 운동화랑~ 뭐가 필요할지 몰라서.. 몇가지 이것 저것 챙겼어.

혹시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들 만나는 날 양구시내 나가서 사도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들~

아까 낮에 편지 써서 등록하고 나오는데 아들 각개전투랑, 행군 등 사진 올라 왔드라.

이번에도 울아들 사진은 귀하네~ 울아들 비싼 줄~ 조교님도 아시는 모양이다. 크크크..

거짓말 한개도 안 보테고 여덟개의 게시판에 올라온 수도 없이 많은 사진들을

한 이십번은 보고 또 보면서 아들 사진 겨우 넉장 건졌다. 흐흐흐흐...

거기서 한장은 엄마 보기엔 확실히 아들인데 넌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는 새끼손가락만하게 나온 사진도 있으~

엄만 엄마 눈을 믿는디 가끔은 아니기도 하드라구~

형 군대서 찍은 사진 형이라고 저장 해 놨는디~ 형이 와서 보고는 이건 나 아니여~ 했던게 몇장 있었거든..

하긴~ 똑같은 복장에 똑같이 모자 눌러쓰고~ 게다가 안경 쓴 아들들이 어디 한둘이여야지~

이름표나 모자에 번호나 잘 보이면 좋은디 그것도 아닌 경우가 아주 많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들 찾는 일이 예전에 소풍가서 보물찾기 하는 것 보다 더 뿌듯하고 즐겁지~

제법 이제 군복도 잘 어울리고~ 자세도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얼마나 추웠을까...싶기도 하고,

온몸이 쑤시겠구나 싶기도 하고, 무릎이며 팔꿈치 다 까졌겠구나...싶기도 했지.

실내에서 훈련연습 하던 날은 굉장히 추웠나보구나...생각했지.

아들아~ 너도 가끔 니 모습이 얼만큼 의젓해지고 멋져졌는지 궁금하지 않니?

엄마가 다아 다~~~아 보여 줄께. 기대 해.

아들~

지금쯤 뭐할까?

설마 지금 이시간까지 수료식 연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날도 이렇게 추운데 설마 연병장에서 연습?  아니 아니야~ 엄마는 아닐꺼라고 봐~

아들~

이렇게 날마다 틈틈히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엄마는 참 고맙다.

너를 생각하고, 너의 안녕을 기원할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시간이야.

울아들~ 엄마가 너무 편지를 길~~~게 자주 써서 다 읽을 수 없다해도, 괜찮어. 흐흐흐...

울아들은 엄마마음 말하지 않아도 다아 알아주는 아들이니까~

춥다. 아들~

따듯하게 푸우욱 자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아들.

몸도, 마음도, 관계도 건강하고 또 건강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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