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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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2016. 1. 18. 20:00

아들아~ 엄마야.

쌩하니 부는 바람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뼈속까지 춥게 느껴지는구나.

눈이 내리다 해가 나다가 앞이 보이지 않게 눈이 내리다를 반복하고 있어. 아마도 해지고 나면

꽁꽁 얼어붙을 거 같어.

오늘은~ 1월 18일 월요일 지금은 세시 사십일분..

일이 좀 일찍 끝내고 농산물 시장 다녀오는데 눈이 어찌나 많이 쏟아지던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캄앞에 앉아 아들에게 편지 쓰고 있다.

울 막둥이 있는데는 더 추울텐데 거기다 바람까지 불면 어쩌나 하고 있다.

수료식 연습하느라 바쁘지?

날 많이 추우면 강당 같은데서 연습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보지만~ 여전히 그곳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수 있는 방법은 읍어~ 흐흐흐..

오늘도 춥고, 내일도 춥고 모레도 춥다는디....뭔 날이 날이면 날마다 추운지 모르겠다.

아까 점심시간 지나서 방산회관~ 그러니까....부대에서 제일 가까운~ 우리 아들이 푸우욱 쉬고 맛난 거 먹을 숙소야

예약 확인 다시 했단다.

정말로 내일모레면 엄만 너 부대 앞 5분 거리 회관에 가 있을거여...흐흐흐.....기대된다.

아빠도 이제 이틀 남았네~ 하시드라.

아들~

오늘 자대분류 됬니?

처음에 102보로 배정 되었을 때 우리 모두 얼마나 좌절했니.

그렇지만 별 문제 없이 102보를 거처 갔잖어.

백두산부대 거기도 좌절이였지. 너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엄마는 그랬어. 물론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계절이라고는 겨울, 여름, 겨울, 혹한기 그리고 겨울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너도 물론 까마득 했었지만 엄마또한 몇날 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입술까지 부르트고~ 난리 난리가 아니였다.

어쩌면...거기 있는 너보다 집안에서 엄마가 그걸 받아드리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들~ 잘 해냈잖어.

-6도 낮 기온이 따듯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들은 추위에도 어느만큼은 익숙해졌고,

익숙해 진것보다 더 추워지니 문제이긴 하지만~

하루하로 죽을것처럼 버겁고 힘들고, 낯설었겠지만 견디다 보니 지나간 일이 되어 있잖어.

니가 어느곳으로 어떤 보직으로 배치가 되던간에 걱정하지 말어.

사회에서 102 가던 그 기분만큼이야 하겠니?

넌 이미 102보의 그 낯설음도 이겨냈고, 그 지독한 추위도 감당해 내고 있고,

훈련 또한 벌써 수료식을 앞에 두고 있고, 동기들하고도 잘 지내고 있잖어.

그거 봐~

아들은 니가 생각하는 거 보다 훨씬 강해.

엄마처럼..

엄마가 그렇거든 물러 터져서 암것도 못할것 같은데 안그렇거든~ 흐흐흐..

울아들도 낯을 좀 가리고 적응하는데 쫌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어디서든 무엇이든 잘 하잖어.

적응력으로 똘똘 뭉쳐진게 사람이야. 아프리카에서도 살고, 남극에서도 살아 남잖어~

물론 적응하고, 익숙해지고, 잘해내는데까지 시행착오도 있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도 수도없이 많을지 몰라.

그렇지만 어느곳에서든 어떻게든 잘 적응할꺼야. 아들은~

아들세대에는 훨씬 더 많이 살겠지만 인생 80이라고 생각해도, 1년 9개월은 80인생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야.

그것이 니 인생의 전부는 아닌 것이지.

봐봐 학교도 벌써 초중고해서 12년, 거기다 대학 1년하고 반~ 그러고도 아직도 남았잖어.

군대 20개월은 암것도 아니여.

이제 학교 졸업하고 직장 잡어 봐~ 몇십년을 같은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니 너무 무겁게만 생각하지는 말자.

인생이 전주에서 양구 가는 길이라면...

시내도 빠져나가야 하고, 고속도로도 그리고 터널도 지나야하잖어.

지금 넌 그냥 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뿐이고 터널이 나쁜것 만은 또 아니거든..

폭설이나 폭우를 만났을때는 오히려 고속도로보다는 또 터널이 나을때도 있어.

그리고 금새 그 터널이 끝나면 햇살이 쨍~! 하고  아들 앞길을 밝혀 줄꺼여.

아들은 잘할수 있어. 언제든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성실하니까 착하니까. 맞은 바 일은 최선을 다하니까

처음에는 쫌 야단 맞고, 선임들 눈치 보는 일이 일상처럼 느끼겠지만

금새 곧 적응해서 잘 해 낼수 있어.

그러니......지금은 수료식 준비기간이니 그 준비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엄마랑 아빠랑 만나서 편안하게 쉴~ 맛난 거 먹을~ 생각만 하자!!

아들~

어느새 4시다. 눈이 얼마나 내리는지 창밖은 여섯시쯤 된 것 처럼 보여.

울아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고~ 나머지 훈련 열심히 하고,

저녁 따듯하게 먹고, 잠도 잘수 있을때 푸우우욱......자고~ 또 오늘 하루가 지나고 나면

이틀 남는다.

몸을 이르켜 세우는 건 정신이라고 했다. 몸도, 정신도, 관계도 건강하고 또 건강하자.

아들~ 오늘도 수고 많았어~~

 

아들아~ 안녕~~

1월 18일 저녁 여덟시 11분

지금 집앞 가로등 밑에는 눈이 펄펄 쏟아지고 있다.

아들한테 가야는데 어쩌라고 저라나....걱정스럽게 그래도 괜찮아

내일 낮이면 그친다 했고~ 동네 골목만 빠져나가면야~ 뭐 시내나 고속도로는 문제 없응게~

너 있는 곳 날씨 어플을 수시로 들여다 보는디 다행히도 방산의 어플속 날씨엔 눈은 없는 것 같구나.

펄펄 날리는 눈~ 여기는 정말 오랫만이야. 너도 보고 갔던 첫눈 다음으로 눈같은 눈이 오는 것 같다.

아들은 눈이라고 쓰고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읽겠네~ ㅎㅎㅎ

아들아.

엄마 벌써 가방 싸 놨다. 생각나는대로 챙기려고 미리미리 싸 놔야 잃어버리는 거 없이 챙겨가지.

휴대폰에 베터리, 충전기 그리고~

아들 패딩이랑 편하게 입을 옷이랑 모자, 그리고 운동화랑~ 뭐가 필요할지 몰라서.. 몇가지 이것 저것 챙겼어.

혹시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들 만나는 날 양구시내 나가서 사도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들~

아까 낮에 편지 써서 등록하고 나오는데 아들 각개전투랑, 행군 등 사진 올라 왔드라.

이번에도 울아들 사진은 귀하네~ 울아들 비싼 줄~ 조교님도 아시는 모양이다. 크크크..

거짓말 한개도 안 보테고 여덟개의 게시판에 올라온 수도 없이 많은 사진들을

한 이십번은 보고 또 보면서 아들 사진 겨우 넉장 건졌다. 흐흐흐흐...

거기서 한장은 엄마 보기엔 확실히 아들인데 넌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는 새끼손가락만하게 나온 사진도 있으~

엄만 엄마 눈을 믿는디 가끔은 아니기도 하드라구~

형 군대서 찍은 사진 형이라고 저장 해 놨는디~ 형이 와서 보고는 이건 나 아니여~ 했던게 몇장 있었거든..

하긴~ 똑같은 복장에 똑같이 모자 눌러쓰고~ 게다가 안경 쓴 아들들이 어디 한둘이여야지~

이름표나 모자에 번호나 잘 보이면 좋은디 그것도 아닌 경우가 아주 많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들 찾는 일이 예전에 소풍가서 보물찾기 하는 것 보다 더 뿌듯하고 즐겁지~

제법 이제 군복도 잘 어울리고~ 자세도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얼마나 추웠을까...싶기도 하고,

온몸이 쑤시겠구나 싶기도 하고, 무릎이며 팔꿈치 다 까졌겠구나...싶기도 했지.

실내에서 훈련연습 하던 날은 굉장히 추웠나보구나...생각했지.

아들아~ 너도 가끔 니 모습이 얼만큼 의젓해지고 멋져졌는지 궁금하지 않니?

엄마가 다아 다~~~아 보여 줄께. 기대 해.

아들~

지금쯤 뭐할까?

설마 지금 이시간까지 수료식 연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날도 이렇게 추운데 설마 연병장에서 연습?  아니 아니야~ 엄마는 아닐꺼라고 봐~

아들~

이렇게 날마다 틈틈히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엄마는 참 고맙다.

너를 생각하고, 너의 안녕을 기원할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시간이야.

울아들~ 엄마가 너무 편지를 길~~~게 자주 써서 다 읽을 수 없다해도, 괜찮어. 흐흐흐...

울아들은 엄마마음 말하지 않아도 다아 알아주는 아들이니까~

춥다. 아들~

따듯하게 푸우욱 자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아들.

몸도, 마음도, 관계도 건강하고 또 건강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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