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요즘

그냥. . 2020. 10. 9. 22:55

남편의 눈치를 살핀다.

그만하지.. 몇 번 이야기가 나왔었다.

요즘 날은 선선해지고 하늘은 자꾸 눈물 나게끔 아름다워서

의욕이 넘치고 있다.

한참 봉틀이랑 놀고 싶어서 꿈틀 거리는 마음 다스리느라

애 먹었었는데 

그건 남편에게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국수 옷..

세 개 떴다. 셋 중 하나는 목 부분이 맘에 안 들어서 다시 뜨기도 뜨기도 했다.

이제 그만 뜨고 싶어. 국수 옷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유튜브 구경하다가 맘에 드는 실이며 뜨는 방법이 있어서 

탑다운 방식으로 내 니트 하나 떠볼까 싶어 이야기를 했더니

뜨개질 그만하지 했었다.

쉬었으면 좋겠는데 자꾸 뜨개질을 하고 있는 내가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요즘 괜찮고 저렴한 실들에 눈독 들이며 구경 다니고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목부분을 늘어지지 않게 뜨는 법의 동영상을 발견했다.

안 그래도 국수 옷을 떠서 입히다 보면 목 늘어짐 현상이 많이 맘에

안 들었었는데 이거구나~ 싶은..

어둠 속에 빛 한줄기 발견한 듯한 즐거움

엊저녁 다시 코를 만들어 쓰기 시작하려는데 남편이 들어와서 침대 밑에

밀어 넣어두었다가

슬그머니 꺼내서 조심스럽게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뜨기 시작했다.

뭐 별 말은 하지 않지만

내가 좋아서 한다니 그러겠지만 절대로 이쁘다 괜찮다. 잘 떴네 소리는 안 한다.

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김여사의 뜨개 본능에 불을 지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까 우려스러운 모양이다.

사실 그럴 체력도 그럴 마음도 없는데 말이다.

뜨개질 덕분에 남편 눈치를 보고 산다.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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