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이거

그냥. . 2020. 10. 28. 22:40

요즘 욕심내고 있는 거다.

가격이 너무 세서 한 번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자꾸 욕심이 난다.

탑다운을 뜨는데는 

그리고 강아지 옷을 뜨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

몇십 년을 오백 원짜리

아니 실 사면 덤으로 주는 대바늘도 불편한 줄 모르고 썼었는데

탑다운 방식으로 하다 보니 사은품 대바늘로는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고.

근데 뭐 

내가 탑다운으로 스웨터를 뜨는 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일 년에 한 번? 뜰까 말까 하지만

욕심이 생기네

강아지 옷 뜰 때도 뜨는 시간보다 바늘 중간중간 코 밀어 빼는 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 다는 게

예전에는 당연한 거였는데

지금도 물론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욕심이 나는 바늘이다.

사실 요즘은 체력 덕분인지

엄살이 늘었는지 오랜시간 내 양껏 뜨개질을 하지는 못한다.

목도리도 떠서 토욜날 결혼식에 하고 가려고 했는데

아직 절반의 절반도 못했다. 그래도 자꾸 마음이 간다

저 아이에게

뭐 욕심 내면 언젠가는 내 손안에 들오는 날 있지 않겠어?

남편한테 사달라 하고 싶지만

요즘 내가 먹은 한약 값이 후들후들이고..

오늘도 병원에 다녀왔잖아. 엄치가 있어야 말이지

그래도..

저 바늘을 마음속에 콕 박아 놓고..

내 생일 언제 오나 기다려 봐야지 싶다. 

지난 생일 때

큰아이가 엄마 뭐 필요한 거 없어? 했을 적에

말할걸... 

그래도 금액이 너머 크기는 해

내가 사야지. 뭐 

머지않아 곧 저지를 것 같다.

 

점심때 

큰아이가 효자동까지 가서 사십 분이나 기다려 사온 소문난 당근 김밥을

맛나게 먹었다.

남편은 점심도, 저녁도 그 김밥으로 해결했다.

남편이 남긴 절반 김밥도 내가 먹었다.

가을이라 그런지

한약 덕분인지 요즘 입맛이 좀 살아나는 거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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