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가을 소나기

그냥. . 2020. 11. 17. 22:05

가을비가 제법 내렸다.

그치는가 싶으면 쏟아지고

또 다 왔구나 싶으니 한참을 쏟아졌다.

우두둑 쏟아지는 빗소리가 알코올을 부른다.

오늘은 큰 캔 먹어야지 하고 있으니

우리 집 막둥이 엄마 뭐야? 하며 코를 들이댄다.

 

가을 소나기가 추웠나 봐

어느 옷자락에 따라 들어왔는지

거실 바닥이 제 집인 양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단풍이

반갑다.

큰아이가 어디서 온 단풍이야?

하더니 작은아이도

웬 단풍? 한다.

그러게 누구 따라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반갑네 하며

폰카를 들이밀었더니

작은 넘

다 썩어가는 걸 찍어. 한다.

다 썩어가기는 이쁘기만 하고만.. 니 감성이 썩었구먼~ 했더니

웃는다.

 

어제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엄마의 멍에... 엄마의 아픈 손가락 이야기를 한다.

내가 해 볼게... 해야 하는데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엄마는 절대로 먼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가 알아볼게...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은 것이 참 마음에 걸렸었다.

나는 이기적이다.

내가 나서면 엄마가 한결 더 가벼울 텐데

나는 그 일에서 만큼은 한 발짝 물러 서 있고 싶다.

하루 종일 마음이 좀 불편한 상태로 있었다.

저녁에 언니랑 통화를 했다.

언니가 알아봤다고..

내가 고해성사를 하니 신경 쓰지 말라한다.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엄마한테도 그렇다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다.

마음이 좀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언니한테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내가 운전을 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뭐 안될 것도 없는데 그냥 너무 겁만 많아 가지고 그렇다.

운전을 하고 다녀야...

싫은 소리 하지 않지만 남편에게 자꾸 친정 일로 아쉬운 말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면 그 부담감이 좀 줄면 내가 마음이 좀 가볍지 않을까 싶다.

 

내가

잔소리가

아니 징징 거림이 많은가?

난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내 생각이 잘못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나를 

타인의 시선으로 한번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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