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제법 내렸다.
그치는가 싶으면 쏟아지고
또 다 왔구나 싶으니 한참을 쏟아졌다.
우두둑 쏟아지는 빗소리가 알코올을 부른다.
오늘은 큰 캔 먹어야지 하고 있으니
우리 집 막둥이 엄마 뭐야? 하며 코를 들이댄다.
가을 소나기가 추웠나 봐
어느 옷자락에 따라 들어왔는지
거실 바닥이 제 집인 양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단풍이
반갑다.
큰아이가 어디서 온 단풍이야?
하더니 작은아이도
웬 단풍? 한다.
그러게 누구 따라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반갑네 하며
폰카를 들이밀었더니
작은 넘
다 썩어가는 걸 찍어. 한다.
다 썩어가기는 이쁘기만 하고만.. 니 감성이 썩었구먼~ 했더니
웃는다.
어제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엄마의 멍에... 엄마의 아픈 손가락 이야기를 한다.
내가 해 볼게... 해야 하는데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엄마는 절대로 먼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가 알아볼게...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은 것이 참 마음에 걸렸었다.
나는 이기적이다.
내가 나서면 엄마가 한결 더 가벼울 텐데
나는 그 일에서 만큼은 한 발짝 물러 서 있고 싶다.
하루 종일 마음이 좀 불편한 상태로 있었다.
저녁에 언니랑 통화를 했다.
언니가 알아봤다고..
내가 고해성사를 하니 신경 쓰지 말라한다.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엄마한테도 그렇다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다.
마음이 좀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언니한테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내가 운전을 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뭐 안될 것도 없는데 그냥 너무 겁만 많아 가지고 그렇다.
운전을 하고 다녀야...
싫은 소리 하지 않지만 남편에게 자꾸 친정 일로 아쉬운 말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면 그 부담감이 좀 줄면 내가 마음이 좀 가볍지 않을까 싶다.
내가
잔소리가
아니 징징 거림이 많은가?
난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내 생각이 잘못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나를
타인의 시선으로 한번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