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큰아이 생일인데 출근하는 날이라 오늘 저녁에
집에서 회를 떠다 먹었다.
나는 생선회보다는 그 나머지로 끓인 매운탕을 더 좋아한다.
매운탕을 먹으면서 미역국 이야기를 하는데
끓여 준 나는 기억을 하는데
큰 넘은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라 잘 안 끓여주지 않았냐고 하길래
엄마는 그런 거 상관없이 미역국은 끓여 줬거든! 했더니
자주 먹는 거라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집 남자가
소고기 많이 들어간~이라고 이야기 해야지...하는 통에 추억 소환
라떼는 말이야~를 또 한 소절 늘어 놓았다.
큰아이 낳던 날
손 없는 날이라고 바로 퇴원해서 그날로 태어난지 몇 시간도 안된 아이 데리고
엄마한테 갔었다는 이야기...
산모 몸조리 보내면서 소고기 한근 안 끊어 보내고 미역만 사서 보냈다고
엄마가 서운해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직장 다니는 엄마 밤마다 아기 외손자 보느라 고생고생했는데
아기 보러 오신다고 갑자기 통보하고 오셔서
엄마가 정신없이 점심 차려 드린 일.
어머니 애가 어째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하나도 안 크고 더 야위였다는 말씀에
두고두고 서운해하시던 엄마..
나도 서운했다는,.
고기 한 근 안 사 오시고 그때 한참 유행했던 그 한 달도 안된 아이 무스탕 사 오신 거 보고
엄마가 한참을 말씀도 없이 한숨을 내리 쉬셨다는 이야기...
큰아이 황달 와서 그 교통도 불편한 데서 포대기에 싸고 안고 버스 타고 병원 다닌 이야기...
나도 모르게 하소연 하소연 들이 터져 나왔다.
우리 집 남자는 모르더라고,
손 없는 날이라고 출산한 날 바로 친정행 했던 일,
미역만 사서 보냈던 일
아이가 황달 때문에 병원 다니느라 엄마가 고생한 일 들도 모두 다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입덧 때문에 죽도 못 먹는 며느리를 직장 다니는 엄마네 집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게끔 했던...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나는.. 어른들 눈치보기 힘들고, 주방 일은 할 수 없어서 엄마한테 내려갔지만
직장 다니시는 엄마는 또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몸은 고되셨을까 싶다.
그렇게도 밤 낮이 바뀌어서 밤에 안 자고 울었다고 낮엔 자고 밤엔 울고 놀고~
했더니 큰아이
그때부터 내가 밤 일 할 줄 알았나 보내 한다.
아마도 그때는 엄마도 초보여서 너를 편하게 안 해줘서 더 그랬을 거야.
네 동생은 그렇게 떼쓰고 그랬던 기억이 없는 거 보면~ 했더니
엄마도 힘들었겠지 한다.
그래도 애기 때 엄마 힘들게 하고 문제없이 십 대 잘 보냈잖아. 한다.
그래 그거야 감사하고 있지.
애들이 철이 빨리 들었다.
주변이 온통 가시밭길인 엄마가 애들 눈에도 보였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이제 또 한 번의 생일이 다가오고
앞으로는 더 건강하고, 더 성실하게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