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울엄마의 겨울

그냥. . 2020. 12. 10. 21:52

엄마가 통화 중이다.

아까부터 세 번이나 했는데 통화 중이시다.

아마도 언니나 동생하고 통화하고 있겠지

오늘은 치과 다녀 오시는 날이니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 마음에 통화가 길어지는 거 아닌가 싶다.

나도 그게 궁금해서 전화를 하고 있는데 계속 통화 중이니

내일 저녁이나 다시 해 봐야 할까 부다.

요즘은 가능하면 날마다 엄마랑 통화를 하려고 한다.

그렇게 마음 먹고 있어도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밀려서 밤이 너무 늦어 버리면

아..... 너무 늦었구나 그러고 말기는 하지만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겨울엔 적어도 겨울엔 엄마 걱정이 들 됐다.

마을 회관에서 따듯하게 지내시고, 여럿이 모여서 당번 정해가면서

밥도 해 드시고 놀기도 하고 그래서

겨울이 그래도 젤루 났지 싶었었는데 올해는 뭐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마을회관에서 밥은커녕 모여서 놀 수도 없는 것이다.

주 한 두 번 있던 운동이나 뭐 그런 수업들도 있었는데

그것도 없고, 사람들도 모이지 않으니 

엄마는 집안에서 없는 일까지 만들어 가며 바쁘게 사시는 모양이다.

저녁에 통화를 할라치면

오늘은 이런 이런 일들을 했고, 이렇게 이렇게 지냈다면서

말씀이 많아지신다.

원래 그렇게 통화를 길게 하시는 분이 아닌데 말이다.

그만큼 말 섞을 사람도 일도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집은 또 얼마나 추울까 싶다.

날마다 보일러 돌리기에는 집이 너무 허술해서 기름값 감당 안되신다 하고,

동생이 사다 준 전기난로 쓰시라 하니 전기세 많이 나온다 한다.

전기세 걱정 말고 쓰시라고 아프면 병원도 맘대로 못 가고 혼자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 잔소리해도 대답은 하시는데

안 봐도 보인다. 

자식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퍼 주시면서 

본인은 이 겨울에 보일러는 기름 아까워서

난로는 전기세 무서워서 못 쓰고 계실 거라는 거....

엄마 이거 올겨울 난방비! 하면서 딱하니 돈 백만 원 드릴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좋다고 받으실 분도 아니지만 엄마가 따듯한 집에서 

움츠리지 않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볍게 움직이실 수 있음 정말 좋겠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상황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고,

울 엄마의 겨울은 더없이 춥고 외롭고 심심하고 우울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들도 지난 설에 보고 못 봤으니 이게 무슨 일이고,

큰딸도 잠깐 잠잠할 때 살짝 얼굴만 보여주고 올라간 뒤로 내려올 수 없으니 

나인들 가까우면 뭐하나 옆동네 코로나 빵빵이니 몸 사리는 수밖에....

전화라도 날마다 의무감으로라도 해야지 싶다.

울 엄마의 겨울이 춥더라도 마음까지 추워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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