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비가왔다

그냥. . 2020. 12. 27. 21:12

 

숨은 국수 찾기를 해야 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늘 다니던 길이 지루했나 보다.

잘 따라오겠지 하고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 보니 옆길로 아니  옆 논으로

샜다.

지난 계절 동안 고생했던 땅을 뒤엎어 쉬게 해 놓은 저곳이 그렇게

걷고 싶었을까.

고난의 길인 줄도 모르고..

다리도 짧고, 몸도 작은 저 아이가 걷기에는 갈아 놓은 논은 

골도 깊고, 울퉁불통도 심하다. 

얼마 가지 못해서 잘못 왔구나 이건 아니구나 싶었겠지만 이미 늦었는지

아예 빠른 저쪽 두럭으로 올라가 걸을 생각을 하고 계신 듯하다.

한참을 논둑으로 걸어오다가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고.....

엄마는 자꾸 멀어지니 아니다 싶었는지

저 험난한 길을 가로질러 어렵게 어렵게 제 길 찾아 오더라고.

그래 네가 뭘 좀 아는구나.

돌아가기엔 너무 멀고, 돌아 돌아오기엔  더 멀지.

그래도 다행이다 일찌감치 깨달아서 말이야.

앞으로는 다른 길로 샐 생각 하지 말고 엄마만 졸래졸래 따라다녀.

그럼 되는 거야 알았지.

국수야~ 가끔 엄마가

뭐 말해 봐 네가 해 달라는 거 엄마가 다 해줄수 있어.

하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거 같지.

근데 사실 엄마는 가끔 니 속내를 읽을 수 없어 답답할 때가 종종 있어.

그래서 정말로 니 마음을 내 마음처럼 아니 거울처럼 읽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생각을 하곤 한단다.

그래서 네가 말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주고 싶어.

하긴 내가 니 말을 알아듣는다면 

너는 날마다 나를 쫓아다니며 엄마 간식 간식 간식하며 다니겠지.

엄마 산책 산책 산책 그러고,

엄마 나도 갈래 나도 갈래 그러겠지.

그러고 보니 네가 사람 말에 통달을 해서 말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내가 

니 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겠다. 그렇지.

근데 그런 거 말고라면 내가 너에게 더 해줄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게 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니 형아들에게도 뭐든 다 해줄 수 있는 어른이면 좋겠다 싶다.

능력이 하늘 같아서 그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러면 안 되겠지.

딱 여기까지 마음만 우물처럼 샘솓아도 딱 여기까지가 좋은 거 같아.

그냥 오늘은 좀 마음이 싱숭생숭했어.

몰라 모르겠어. 그냥 비가 와서 그런가 봐

겨울비는 별로인데 요즘은 자꾸 비가 오네....

아! 엄마한테 아직 전화 안 했다. 엄마에게 전화나 해야겠다.

쓰잘데 없는 상념 그만 털어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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