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지붕 위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한 밤중임에도 불구하고 가로등 불빛 아래 지붕 위는
눈이 부실만큼 하얗다.
지금도 오나...
지금도 눈이 오고 있을까?
그쳤나...
몇 번을 나가 보고 내다 봤는지 모른다.
모르겠다.
눈 속을 걸을 마음도 없으면서 사실 눈 위를 걷기엔
골목엔 눈이 아직 아쉽고, 혼자 걷기엔 밤이 너무 깊었고,
국수 데리고 잠까 나갔다 오기는 했지만
눈보다는 젖은 부분이 너무 많아 아쉽다.
소복소복 쌓여서
내 발자국 국수 발자국 찍을 수 있었으면
이보다 더 깊었어도
이보다 더 추웠어도
이보다 더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도
나는 눈 밟으러 나갔을 거야.
그러기엔 눈이 너무 아쉬워.
아직 날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쉽다.
내일은 내일 아침 눈 떴을 때는 세상은 온통
눈이었으면 좋겠다.
내 발자국 하나 흠집 내기 미안할 만치 고운 눈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난 내일 새벽 어스름한 어둠속을
우리 집 남자가 제안했던 새벽 운동을 나갈 것이다.
눈 밟으러...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눈 보러 나갈 것이다.
근데 그럴 것 같지가 않다.
눈이 너무 찔끔찔끔 와.
푹신푹신 내렸으면 좋겠구만....
아팠다.
어제도 오늘도
아니 자주 그랬다. 안 좋았다가 괜찮았다가..
그래도 병원 갈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워낙에 병원이 무섭기 싫기도 하고, 또 코로나 때문에 꺼린 것도 있다.
내일 아침엔 좀 아니다 싶으면 병원부터 다녀와야겠다.
사람이 겁쟁이가 되었다.
별것도 아닌 게 나를 겁쟁이로 만들었다.
나는 아마 엎어지면 일어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간인가 봐
그만큼 겁쟁이에 소심 이인 게지.....
나를 위해서 내 가족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병원과 친해지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병원이 그렇게 싫은 이유도 없는데 좀 더 많이 친해지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그나저나....
호떡 두 개 구워다가 작은 넘 방에 넣어 줬더니
우리 국수가 안 온다 했더니 작은 넘이 안고 왔다. 호떡에 눈을 두고 있다고
단순한 우리 국수가 젤 똑똑하게 잘 사는 거 같다.
나도 국수처럼 단순하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