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산책

그냥. . 2021. 1. 10. 21:58

오늘도 추웠다.

그래서 산책 갈까? 하고 물었다.

평소 나가는 시간보다 한 시간은 더 지난 시간이었다.

오늘도 슬글슬금 피해 다니기를 기대하며...

그러나 국수가 벌떡 일어났다.

어. 산책가 엄마! 하는 거 같았다.

사실 나는 많이 피곤했고, 해 보지도 않은 조청을 만든다고... 흐..

냉동고에 잠자고 있는 곶감 하고, 야채 박스에 아직 가득 차 있는

볼 때마다 너 거기 있었지? 싶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누구 하나 거들 떠 보지도 않는 배와

잠만 자고 있는 곶감으로 조청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친김에 급한 성격대로 점심을 먹고 바로 시행에 옮겼다.

생각보다 배가 많아서 곶감과 섞이면 맛이 이상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곶감은 다음에 손 대기로 하고, 배로만 조청을 

하기로 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유튜브 선생님은 20분 안에 끝을 냈지만 나는

찹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엿기름을 거르는 일 만으로도 그 시간은 충분히 채우고도

모자랐다.

그렇게 치대고 자르고 압력솥에 끓이고,

끓인 배 배 보자기에 눌러 짜고...

그러다 보니 이미 나는 지쳐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국수의 산책은 내 일과의 하나였고,

나는 국수를 데려오면서부터 내 의무를 가능한 최선을 다하기로

국수 하고도 나하고도 약속을 했으니 움직여야지..

간단히 동네 한 바퀴만 돌고 오려고 했는데

요넘이 하천 쪽으로 나를 끌고 간다.

거긴 아직 눈이 안 녹았을 텐데 추울 텐데.. 싶었지만

그래 가 보자 했다.

생각보다 날이 춥지는 않았다.

바람이 잠잠해서 그런지 어제 그제 많이 추워서 그랬는지

오늘은 괜찮더라고,

산책하는 사람도 많고,

요넘이 발 시릴까 봐 몇 번이나 되돌아 갈 것을 권하고,

목줄을 잡아 끓어 봤지만 그럴 생각이 그놈 한테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 추워 보여서 한참을 패딩 속에 넣아 안고 오기는 했지만

오늘 산책은 즐거웠다.

피곤함도 풀리고, 지끈 거리던 두통도 사라졌다.

옆으로 흘러가던 하천은 꽁꽁 얼어 내라도 저 얼음을 건너

반대편 천변으로 옮겨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좋네 겨울 같아서..

그리고 좋다. 산책 같이 할 누군가가 있어서.

이아이가 아니었다면 내가 오늘 같은 날 이렇게 산책을 나왔겠는가 말이다.

그나저나 조청은 아직 끓고 있다.

이제 달이기만 하면 된다.

한 시간 이상 달였으니 앞으로 한 시간? 아니 어쩌면 그보다 일찍 끝이 날지도 모른다.

피곤하다고 말을 말던지

일을 미련하기 하지 말던지...

나는 성격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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