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지나 작은아이 방 구하는 일을 하면서 신경이
곤두선 탓이였을까 몸살을 좀 앓고 있다.
뭐 이런 일로 몸살이야 싶지만 그러게 왜 이런 일로 몸살인지
나도 내 몸에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 월요일 혼자 방 구하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아침 묘한 반전으로
남편 차를 타고 같이 움직였다.
흐리다가 눈발이 날리다가 햇살이 너무 좋아 다행이다 생각하며 도착한 서울..
어플로 알아볼만큼 알아봤지만 그래도 제일은 근처 부동산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계약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고시원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근처 부동산을 찾는데 도로 건너에는 많은데 서문쪽으로는
보이지 않아 폰에게 물어보고 폰 네비에게 물어서 도보로 길을 찾아 가는데
만만치 않다.
바람은 또 왜 그렇게 부는지 내가 걸어가는지 바람에 밀려가는지 알수 없는 상황이고..
찾다가 나무 추워서 그냥 도로 건너 부동산에 들어 가기로 했다.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가니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난로 위의 공기 밥 뚜껑을 마악 열고
계신다.
아....식사 하시려고 그려섰나 봐요~ 했더니
괜찮다시며 급하고 공기 뚜껑을 덮으신다.
급하다 화장실 부터 찾는 남편을 뒤로 하고 원룸을 얻으러 왔다고 서문 쪽에서 가까우면 좋겠고
깨끗하고 햇살이 잘 들었으면 좋겠다 했다.
그랬더니 정문쪽의 방을 자꾸 추천해 주신다.
정문쪽으로는 큰 도로가 있어서 신호 한 번 걸리면 족히 2분은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하는...
그리고 차들도 너무 많고 해서 이왕이면 서문쪽이면 좋겠다 했더니
서문쪽으로는 햇살이 잘 드는 방이 많지 않다고 그러시면서 노트를 뒤적이시며
방 몇개를 정리 하시며 전화를 하시는데 잘못 걸린 전화에 없는 번호에....
분명히 며칠 전에도 통화를 하셨다고 하는데 쉽게 연결이 되지 않으니
나는 답답하다.
우리집 남자는..서울까지 왔으니 서울에 사는 친구랑 통화 하느라 바쁘고...
나는 마음이 바쁘고...오늘 이사까지 해 주고 내려가야는데 싶은 마음에
통화를 끝낸 남편을 바라보며 사장님께 전화 연결 안 되시면 저희가 다른 데 가서
알아 볼까요? 했더니 아니라고 번호 찾아서 전화 하면 된다고..
남편도 별 말 없고..
우선 방부터 보고 오자해서 찾아간 곳은 고시원하고 두어 대문 사이
건물은 좀 년식이 되어 보이지만 내부 리모델링을 해서 너무 깨끗하고 좋다.
첫 번째 본 방은 말 그대로 원룸이고
두 번째 본 방도 제법 넓고, 거기다 깨끗하고 장판까지 깔려있는 베란다에는 햇살이 반짝인다.
거기다 번호키 현관 침대도 넓고, 옷장도 나름 괜찮고... 전자레인지가 기본옵션에 들어가 있지
않아서 좀 그랬지만 괜찮았다. 아니 맘에 들었다.
그렇게 어플로 수 백번도 더 찾아 다녔던 방이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좀 괜찮은 방은 비싸고 해서 또 광각으로 촬영을 해서 직접 보지 않아서 믿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고 맘에 드니 너무 좋았다.
부동산 사무실로 다시 와서
전화번호부 책을 찾아 집주인에게 전화를 하고...
보니 스마트폰도 어설프시고, 컴은 아예 모르시고...
이래 저래 집주인 어르신이 사무실로 오셔서 계약서를 썼다.
많이 더디셔서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남편 말마따나 어르신이라 그런 건 감당해야 하는 거라는 말에 그래 내가 맘이 너무 급했어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도 나이들어가는데... 싶은..
계약서 쓰고 어르신이 좋은 분들 만나서 명절 지나고 마수걸이 했다고 좋아하시는 거 보니
기분이 뿌듯했다.
급하게 고시원 가서 짐 빼서 원룸으로 옮기고 대충 정리해 주고...
고시원에서 원룸까지 가는 길 차창밖으로 동영상 찍어 아이에게 보내고
집주소 찍어 톡으로 넣어주고는 내려왔다.
하루가 꽉 차게 바쁜 하루였지만 이제 어쨋건 1년은 걱정없이 기거 할 집이
아들에게 생겼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 부동산 사장님..그리고 집주인 어르신..
좀 더디 진행 하시지만 꼼꼼하고 완벽하고 일 처리 하시고, 집주인 어르신 또한
깔끔하게 방 인수인계 해 주시는 거 보며 뭔가 뿌듯했다.
우리도 인수인계할때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