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어르신?
아직 어르신은 아니다.
니 나이나 네 나이나 엇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그래도 내가 더 많지.
언제까지나 내가 더 나이 많은 인간으로 너를 지켜주고 싶은데
네가 나이 드는 속도가 빠르다니 참 안타깝구먼~
코가 반짝반짝 어느 날 보면 더없이 건강해 보이고
똑같은 산책길이 힘들다고 인간 가마 타고 싶다고
투정 부릴 때 보면 너도 나이 들어가는구나 싶고 그렇다.
건강하게 사는 동안 너나 나나 건강하게 살아보자~
우리 집 국수는 밤이고 낮이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신다.
우리집 가족이 되고 나서 소변은 바로 잘 가렸는데 큰 거는
저 보고 싶은 데서 보는 통에 소독약 들고 쫓아다니며
닦고 다녔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화장실 타일 바닥에 볼 일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밤에도 자다가 쉬 마려우면 방문을 벅벅 긁는다. 문 열라~ 하고..
열어주면 화장실 앞에 서서는 불 켜라~ 한다
문이 열려 있어도 깜깜하면 절대 안 들어간다.
아니.. 가족이 집에 없을 때는 혼자 깜깜해도 잘 들어가는데
집에 사람이 있을 때는 어찌 그리 잘 아는지 불 켜달라고~
화장실 앞에서 꽁꽁 거린다.
그렇게 환하게 불을 밝혀 주면 들어가 볼 일을 보시고 나오신다.
화장실이 하나뿐인 우리 집에..
누군가 씻으러 들어가면은 장난스럽게 문 열어! 문 열라고~ 할 때 종종
있지만 그럴 때는 마당에 데리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아님 열 때까지 끙끙거리면서 발 노크를 한다.
빨래를 하거나 간단하게 씻을 때면 누구든..
국수 화장실 가신대~ 하면 일단정지! 하고 나온다.
화장실 사용 일 순위는 무조건 저 아이.. 흐흐흐..
가끔은 그걸 즐길 줄도 아는 우리 집 멍멍이..
또 어느 때는 간식이 먹고 싶으면..
일부러 화장실 가서 한 바퀴~ 휘이익 둘러보고 나온다.
나 화장실 다녀왔어. 잘했지~ 간식 줘. 한다.
그럼 또 하나 물려주면 헤헤헤 꼬리로 즐거움을 표현하며
앞장서 걷는다.
저 아이는 이 집에서 사는 게 행복할까?
나는 저 아이가 있어서 사는게 훨씬 더 부드럽고 좋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