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에서 가을이 느껴진다.
한여름 노을은 붉고도 화려하더니 요즘 노을은 뭔지 좀
쓸쓸한 분위기이다.
산책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아무리 걸어도 답답하다는 느낌은 없고, 바람이 같이 놀아주며 어깨 토닥여 주며
함께 걸어주는 기분이 너무 좋다.
오늘 하루 말 그대로 늘어지게 쉬었다.
잠깐 고추밭을 둘러보고 와서는 침대 위에 이불처럼 널브러져 있다가
소파 위에 방석처럼 뒹굴다가 오후에 택배 보내는 일 아니었으면
남편이 전화했을 때까지 널브러져 있었을 것이다.
길들여진다는 거..
길 들여지는 사람도 문제지만 길 들이는 사람도 그렇다.
이것도 자기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좀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명절 전날에는 늘 사업하는 둘째네가 선물 들어온 고기를 사 오거나 준비해 왔다.
물론 나는 나대로 간단하게나마 예외의 상황을 준비하고는 했다.
어느날은어느 날은 갈비를 더 하거나, 어느 날은 소 불고기 양을 넉넉히 해 놓거나
하다못해 닭볶음탕이라도 준비를 해 놓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준비해야 하는 그날에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손 놓아 버리고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동서들이랑 전 부치고, 나물 탕 하고... 소 불고기 양념 해 놓고 하는데
냉장고에 꽁꽁 모셔둔 상추를 씻으라며 내놓으신..
거기다 나는 또 한술 더 떠서 깻잎 장아찌 만든 게 맛나다며 그것도 같이 먹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 놓고 보니
동서가 오늘은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카가 오면서 들고 오나.... 싶었지만 조카도 빈 손..
흐미 맨 뱅...
급 당황...
그래도 조금 전에 불고기 양념 해 놓은 게 얼마나 다행 이어.
통 두 개에 나눠 담아 놓은 거 한통 털어 볶아 내어 놓았다.
다행이기는 했지만 어쩔 뻔했어.
다음부터는 꼭 꼭 내가 준비해야지 어떤 식으로든..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길들여진 거야. 나도 모르게...
명절 전날 저녁은 사업하는 동서네가 가져오는 걸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어쨌거나 참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