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10월이다.
그냥 좋다. 시월은..
단어가 주는 느낌이 벌써부터가 다르다.
어디선가 들국화 향기가 코끝을 간지를 것 같고
하늘은 잘 닦인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바람은 그냥 머릿결만 스쳐도 기분 좋을 것 같고
여기저기 탈곡기들이 들판을 말끔하게 이발하고 나면
너는 풍요 나는 휴식 그럴 것 같은 들녘들 또한
좋을 것 같다.
별빛도 좋고, 달빛도 좋고, 한껏 더 깊어진 풀벌레 소리도
너무 좋은 시월..
그냥 걸어도 좋고, 그냥 앉아 있어도 좋고,
따듯한 차 한잔 있으면 더 좋고
혼자여도 좋고
주고받는 말 없이도 편안한 누군가가 있어도 좋은..
시월..
이렇게 좋아하는 시월을..
더 좋은 시월이 되어라고
백신 맞고 사흘을 고생하며 시작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있다길래 뭐 난 별생각 없었는데..
1차 때 부작용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기사 보고 그게 부작용이었구나..
했지만 괜찮겠지 했는데
2차 때는 더 요란하게 지나갔다.
그렇게 요동을 치며 내 몸속에 면역력을 심었으니
아무리 기운 센 그 넘이 와도 나는 끄떡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래도 다행이다.
가족들 모두 잠잠하게 지나가고 나만 고생을 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