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좋다

그냥. . 2021. 11. 19. 12:09

내마음을 훔처 본듯한 제목에 손을 내밀었다
엄마네 김장하러 왔다
아침에 배추 소금물에 담가 쟁여놓고
어른들은 오후에 오시겠다고 다들 흩어지시고
내 눈으로는 열두번을 둘러 보아도 손댈것 없는 마당을 엄마는 치우고 다듬느라 바쁘시다
엄마옆에 앉아 손끝 야문 엄마의 바픈 손길을 살피며 저거 할 때는 나도 저렇게 해야지
그래 내일 쓸것도 지금 당장은 쓸일 없으니 정리 해야지 하지만 정작 내 일상에서의 내가 엄마를 얼만큼이나 본받을지 미지수다
나는 아마도 엄마보다는 아버지를 닮았어
꼼꼼함보다는 속도를 조금더 핑계를 대자면 편의성에 타협을 잘한다는 것이다
지나가다가 활짝 열린 대문앞을 그냥 지나치시는 어르신은 없는듯 하다
누가 와도 도란도란 따듯하다
귤하나라도 커피 한잔이라도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
한분이셨는데 또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엄마는 나보다 훨씬 걱정없는 삶을 살고 계시는 거 같다
일 좀만 해라 아프면 병원 가시라 따듯하게하고 사시라 늘잔소리를 해 다는 딸보다 훨씬 더 따듯하고알차고 재미지고 건강하게 사시는 듯 보인다
육신은 세월앞에 무릎 꿇었은지언정 마음만은 오십대 딸보다 건강하고 바르고 단단하네
엄마에게 이 동네가 여기 어르신이 여기 골목이 집안텃밭이 마을 회관이 그리고 이곳만의 특별한 햇살과 바람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
툭하면 기차 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리네 축사가 좀 가까이 있어서 안좋네 안좋은 말들을 내러 내레 놓았던 내가 다시 뵌다
축사가 가까이 있어도 가끔 기차 지니가는 소리가 귀를 어지럽게 해디 엄마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내가 별짓을 다 한다고 해도 이고이 엄마에게 주는 그 무안한 안정감의 발꿈치 만큼이라도 따라갈까 싶다
나는 지금 이시간 이곳 울엄마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 여기가 좋다
따듯한 방안에서 이명에 정신의 어느만큼은 붙들레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은 늦가을 한낮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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