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많이 불었어.
비도 오락가락하고 해도 들락날락하고
눈이 온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눈을 기다릴 만큼
날이 춥지는 않았어.
한낮에 우박이 조금 내리고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기에
오늘은 산책 가기는 틀렸구나 생각했는데
웬걸 이렇게 날이 또 반짝 개어서는 골목이며 도로며
산책로까지 뽀송뽀송은 아니어도 우리 집 멍뭉이가 걷는 데는
아무 무리 없게 만들어 놨지 뭐야.
안 나가도 될 줄 알고 집안에 있다가 창문 열어보고
바닥이 말랐네~ 국수야 산책 가자! 했더니
벌떡 일어나 앞장선다.
산책 가자는 말은 무턱이나 좋아해
남편 나가는 길에 반환점 근처에서 내려준다 길래
날도 춥고 바람도 불고 해서 그렇게 따라갔는데
뭐야... 다른 날보다 더 많이 걸었어
며칠 큰아이가 산책을 시키기는 했지만 천변 쪽으로는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아님 털옷 빵빵하게 입은 저는 이 바람이 상큼한 가을바람 정도밖에 안 되는지
반환점에서 중간 반환점 찍고 다시 반환점으로 돌아와
한 달에 두어 번 가는 마지만 반환점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는 거 아니야.
춥다 춥다 하면서 갔는데 걸으니까 아직은 바람이 좋다 싶더라고
쨍하게 정신 바짝 들게 하는 바람 뭐 이 정도는 괜찮지 뭐야.
하긴 이제 이달도 끝자락으로 접어들고 있으니
추워져야지 싶다.
참 좋다.
멍뭉이가 있어서 흠뻑 젖은 바닥이 아니면
가능한 한 산책 시간을 즐긴다는 거 참 행복한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