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그러니까 18일 저녁 엄마네
김장하러 갔다.
이제 오십 몇개의 무지갯빛 막대 사탕을 까먹고 있는 딸이
칠십 개의 사탕을 까먹고 여덟 개의 사탕을
다아 까먹어 가고 있는 엄마네 언혀서 김장을 한다.
언혀서도 아니고 내 김장을 엄마가 해 주시고 거기에 덤으로 엄마네 김치 냉장고
통을 몇 개 채우신다.
몇 년전 부터 언니는 언니가 먹는 사람 없다고 절임배추 사다가 직접 하고,
동생네는 전라도 김치가 양념에 세서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한 박스 정도면 충분하다.
늘 해 드리던 작은 어머니네도 외삼촌네도 엄마의 하루 밭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엄마 손을 빌린다.
내가 절임배추 사다가 하겠다고 이야기를 해도
철철 히 배추김치며 물김치 얼갈이김치며 열무김치까지 담아 주시는
엄마는 귀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내 탓..
그나마 작년에는 동네에 코로나가 나와서 못 가고
그 전 해에는 아파서 못갔다.
그렇게 엄마표 김치를 지금까지 먹고 있다.
여전히 허리도 꽂꽂하고 걸음도 빠릿빠릿하시고
손도 꼼꼼하고 손보다 눈이 더 꼼꼼해서
나가 보이지 않는 치우고 정리해야 할 거리까지 찾아서
정리하느라 바쁘시다.
같이 정리하고 다 끝난 거 같아 들어가야지 하고도
엄마는 몇 시간이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치우고 다듬고 다니신다.
그러니 저렇게 시골집 마당에 풀 한 포기 얼굴을 내밀지 못하나 보다.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거기 계셨으면 좋겠다
그냥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듯해지고
편안해지는 그런..
비가 온다.
눈이 온다더니 아직 눈은 내게 자신을 보여 줄 준비가 덜 되어 있는 모양이다.
눈이 오면 좋겠지만..
추워지겠지. 앞으로.. 그럼 당연 머지않아 눈도 오겠지.
나른한 피곤함이 밀려온다.
오늘은 암것도 안 하고 무조건 쉼.. 하려 한다.
나를 위해서..
김장하러 가는 날 점심 아들이랑 마트 갔다가 여느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었다.
그다음 날 아침 엄마네 집에서 눈을 떴는데 얼굴이 좁쌀 같은 발진이 불긋 불긋..
안경 쓰고 마스크 쓰니 그래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뭐지? 싶었다.
엄마네 갈 때 사간 양념불고기가 문제였나 하고는 바빠 까먹고 있었는데
그다음 날은 조금 더 심해졌고...
어제는 김장하고 와서 정리하고 피곤해서 캔 맥 반 병쯤 먹고 나니 얼굴이
뒤집어졌다..
응급실 가면서 가만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에 엄마랑 남편이랑 모 식당에서 점심 먹고 돌아와서 그날 밤부터
두 드러거가 나서 응급실 갔던 기억이 났다.
그렇구나.... 토란.. 깨 갈아 넣어 만든 토란 반찬..
하나 딱 집어 먹고 맛나서 아들에게 맛있다~ 했던
그렇지만 뭔가 찝찝해서 더 먹지 않았었는데 그거 같았다.
몇 년 전에도 그 반찬밖에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다는 짐작만 했었었다.
오래전....아주아주 오래 전
어머니가 토란 알을 가지고 오셔서는 까 놓으라고 하신 적이 있다.
생각도 없이 맨 손으로 그 많은 토란 껍질을 벗겨놓고 손이 정말 뒤집어져서
고생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땐 그냥 토란이 좀 무섭고 독하구나 생각하고 병원 갈 생각도 못하고
몇 날을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부터 아마도 내겐 안 맞는 아이였던 모양이다.
어제 엉덩이 주사 두 개 맞고, 잤더니 더 번지지는 않았다.
아침 약 먹고...
흐....
알아야 해. 그래야 피하든 조심하든 하지
안 그럼 언제 어디서 이런 어이없는 일이 또 일어날지 모르잖아.
내가 멀리 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나이 먹으니 스스로든 아니든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들이 가끔 생기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