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에 서리가 곱게도 얼었다.
빼꼼히 앞 창문만 긁어내고 옆 창문은 내 필요한 만큼만
밀어내고 일을 하러 갔다.
서리꽃으로 하아얀 세상은 차갑다는 느낌보다는 아름답다는 느낌이다.
확실히 갱년기 맞아. 추워 추워 했었는데 춥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이 먼저 나오니 말이야.
차에서 내리기 전에 생각없이 바라 본 차창에 비친 저 천변 너머 건물
내게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서리꽃 핀 세상에 저곳은 어쩐지 좀 더 온기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마른풀 꼬투리 위에 서리꽃이 곱게도 피었길래
셔터를 몇 번 눌렀는데 제대로 담긴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
그래... 모든 아름다움을 카메라로 담을 수 있다면
아쉬울 것이 없지만 귀한 줄도 모르겠지.
금세 사라질 이 하얀 이슬 얼음이 가득한 세상을 잠시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 낀 천변도 이슬 가득해도 이쁘지만 서리꽃 밭인 하천변도 나름 운치 있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