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오늘은..

그냥. . 2022. 1. 4. 21:29

일기가 안 써지는 날이 있다.

오늘도~ 그런 날...

열 줄쯤 썼다가 지웠다.

뭐 비밀이라도 적었다며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을 적었는데 

마음도 없고, 주절이도 매끄럽지 않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백스페이스 눌러 지우는데도

한참이 걸렀다.

그럼에도 쓰는 것 보다는 훨씬 간단하네 지우는 것은..

 

지난여름을 떠나보내며 목욕시킨 선풍기를 다시 조립하는데 

그중 하나의 날개를 잡아주는 조임 나사가 맞지 않는 거다.

분명 하나는 망가져서 버렸고,

그거 딸려 버려졌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여기저기 찾다 찾다 포기하고~ 내년 다시 선풍기 불러낼때까지

못 찾으면 그때 어떻게 하지 뭐 하고는 한쪽에 분리된 채로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는데

오늘 세탁기 밑에서 새카만 뭔가가 반쯤 기어 나와 있는 거다.

뭐지?

모르겠어서 우선 주워 씻어서 선반 위에 올려놓았는데

산책하다 문득 생각이 났다.

아! 선풍기 그 날개 잡아주는 그거..

그렇게 찾을 때는 안 보이더니 어떻게 기어 나온 건지..

아무튼간에 찾아서 다행이다.

분리된 채 버려질 뻔했던 선풍기가 제모습 대로 조립되어서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숙면에 들어갔다.

내년 다시 불러 줄 그날을 위해서..

버리지 않기 얼마나 잘했나 싶다.

몇 번이나 눈에 거슬려 저걸 버려 말아했었는데 말이다.

버리는 것이 정리의 기본이라고는 하지만..

가끔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버리는 일도 생기고,

버려도 좋을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평생을 끼고 사는 것도 있고..

책꽂이의 책을 좀 정리할까 생각 중이다.

책 욕심은 있었어서 책은 많고, 누구 주는 걸 좋아라 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은 그냥 책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채

먼지만 켜켜이 덮고 있어야 하는 우리 집 보다

누군가에게 감동도, 교훈도 공감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몇 권만 남겨두고 도서관에 기부할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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