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는 늘 바쁘다.
그렇게 날마다 초를 다투듯 바쁘게 사는 거는 아니겠지만
사적인 통화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급한 거 아니면 간단하게 하고
다음에 다시 통화하는 편이다.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그런 것도 닮는다.
그래서 톡을 많이 한다.
물론 내가 보내는 입장이고
아들은 답하는 입장
나는 장문의 말들을 마음을 담아 늘어놓고
아들은 아주 간단하게 대답하는 스타일
그것이 "ㅇ"이다.
아들~ 집에 아직 안들어 갔냐?
ㅇ
밥은 먹었어?
ㅇ
오늘도 늦냐? 피곤하겠다.
ㅇ
엄마가 오늘 이거랑 이거랑 해서 택배 보냈으니까..
이거는 어쩌고 저거는 어쩌고 해서 냉동에 넣고
어쩌고 저쩌고 해
ㅇ
이런 식이다.
오늘 아들에게 문자를 넣었다.
엄마가 사준 샴푸 쓸 때는 괜찮았는데
마트에서 몇 번 사다 썼는데 머릿속이 가렵다고 엄마가
사주면 좋겠다고 해서 주문해준지가 한 달은 넘은 것 같았다.
아들~ 샴푸 이제 괜찮아?
ㅇ
안 가려워. 이제?
ㅇ
다행이네 밥은 먹었어?
ㅇ
아들아 동그라미 말고 뭐 먹었냐고. 폰에 아들이라고 말고
동그라미라고 저장해야겠어. 엄마랑 톡 한거 쭈우욱 내려 봐봐
고기 먹었어.
잘했네. 오늘은 일찍 자 내일부터 또 일주일 시작이다.
ㅇ
흐흐흐..
결국은 동그라미로 끝났다.
내가 동그라미를 좋아하기는 한다.
빗방울 똑똑 떨어지며 그리는 동그라미도 좋아하고
커피머신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몇 방울의 커피도 좋아하고
동그란 귤도 좋아한다.
울 아들은 엄마가 동그라미 좋아하는 것은 어찌 알았을까
한 번도 말해 준 적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