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쯤 완성한 가디건이다.
보기엔 그럭저럭 예쁜데...............
누군가 색깔 테러리스트라고 그러더니 내가 그런가...
쨍한 색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실은 쨍한 저 색을 골랐을까....
무늬는 구멍 송송 예뻐서 마음먹고 떴는데
무늬가 옷을 두껍게 한다.
고로... 저 실에 요즘 계절의 가디건으로는 그닥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거다.
그래 이런 면에서 손만 빠르고 도안 보고 동영상 보고 뜰 줄만 알았지
경험이 부족해서 어떤 실에 어떤 무늬가 어울리는지
어떤 무늬가 심플하고 이쁜지 결정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옷은 맘에 든다.
실도 예상했던 것보다 두 타래나 더 들어갔다. 그만큼 옷이
두꺼워지고 무거워진 거지...
하나 더 만들고, 하나 더 뜨고, 하나 더 완성하면
보는 눈도, 고르는 능력도, 완성품을 미리 보는 상상력도 생기겠지.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겠지.
뜨개질에서는 내가 얼마큼 성장할지.... 궁금하다.
세탁소에 옷을 맡겼다.
하필이면 아들 정복 바지가 사라졌다.
이리저리 맞춰보니 세탁소에서 없어진 거 확인하고....
아주머니 바지 값 내주시겠다고..
다행히도 알아보니 그닥 비싸지는 않아서...
아저씨도 병원에 계시는데 일부는 제가 부담할 테니 일부만
주시라 했다.
아저씨가 대부분 다 나서서 운영하시던 세탁소였는데
아주머니 혼자서 버겁기는 하신 모양이다.....
엇저녁..
아들과 맥주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아들이 갖는 직업에 대한 부담감..책임감..
물론 시간에 해결해주겠지만
잘 할꺼라 믿지만 많이 안쓰럽기도 하고
긴장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다.
세월아 후다닥 가거라..
내 얼굴에 주름 늘고, 머리에 서리 내려 앉아도 괜찮아.
내 아이가 내 딛는 발 아래 바닥이 단단해지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내 얼굴도 내 머리도 내 마음까지도 모조리 다 내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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